지도를 놓고 아프리카의 한 귀퉁이 모로코에서 카사블랑카를 찾아 본 것은 순전히 영화 '카사블랑카' 때문이었다. 왜 '카사블랑카'인가.
솔직히 개봉관에서 상영되는 영화 중에서 마음에 드는 주제를 찾지 못한 탓도 있지만 고전영화에의 회고, 복고주의에 의해 카사블랑카가 다시 인구에 회자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도 고전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영화관이 생겼고 거기에 가면 좥카사블랑카좦를 만날 수 있다.
영화속의 명장면 코너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카사블랑카의 라스트 신이다. 연인이었던 일자의 배신에 괴로워하던 릭의 최후의 선택은 무엇일까 하고 이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에게 궁금증을 주고 영화적 서스펜스를 더해주는 장면이다. 두 장의 마지막 여권으로 일자와 레지스탕스였던 그의 남편 라즐로를 탈출시키는 안개속의 공항, 관객들은 그 장면을 통해서 일종의 해방감을 맛보고 공명을 체험한다.
우울하고 절망적이었던 릭,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기조차 싫어 철저히 과거를 베일에 감추고 살아가는 릭은 자신의 카페에서 'As time goes by(세월은 가도)'가 울려퍼지자 절규하듯이 화를 낸다. 일자가 그곳에 나타난 것이다. 이제 우울한 과거는 사라지고 그에게는 일자와의 행복한 결말만이 남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모든 선택을 하도록 권리가 주어졌건만 그는 프랑스의 독립과 2차대전의 종식을 위해 일하는 라즐로에게 일자가 필요함을 직시하고 자신의 행복과는 거리가 멀지만 인류를 위한 선택을 한다. 그럼으로써 그에게도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누릴 자유가 주어진 것이다. 모든 것이 사라진 지금 진정으로 그가 누리는 행복은 바오로 사도가 에페소 원로들에게 당부한 좥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한좦(사도 20,34) 것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래서 희생은 사랑의 또다른 이름임을 릭과 라즐로 두 사람을 통해서 보여주고 멜로 영화와 다름없던 이 영화에 얼을 넣어주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토마스 키팅 신부는 이 영화를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 해설을 통해 복음적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좥하느님 나라는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좦P34~36 참조). 2차대전을 위해 개인적인 희생이 요구되던 때, 많은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림으로써 프로파갠더 필름의 역할과 오늘날까지도 광적인 매니아 집단을 형성하고 컬트영화를 거론할 때 꼭 언급되기도 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덧붙인다면 카사블랑카꽃의 꽃말은 '영웅적인 사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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