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평등주의 이념을 핵심으로 하는 야훼신앙을 충실히 지켰고, 평등공동체의 수호자 역할을 했던 여성 해방의 선각자인 드보라를 만나 본다.
드보라에 대한 서술은 독특하게도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산문 (4장)과 운문(5장)이 그것이다. 이 둘은 모두 동일한 사건을 취급 하고 있다. 5장은 승리 후 드보라와 바락이 부른 승전가로 성경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문헌 중의 하나이다. 이 노래는 제의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2~5절, 9~11 절, 31a절) 영웅시이다.
드보라는 가부장적인 문화권에 살던 전형적인 여성은 아니다. 그녀는 야훼로부터 카리스마적 영을 받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예언자였고, 동시에 평등 공동체를 핵심으로 하는 야훼신앙을 지켜 나갈 책임이 있는 판관이었다(4, 6).
가나안 왕 야빈은 이스라엘 민중들을 숨도 못 쉬게 심하게 억눌렀으며(4, 3), 아무런 무기도 갖지 못한 힘없는 이스라엘 민중들을 학대했다(5, 8~9).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기들의 고통을 야훼에게 울부짖는다. 그러자 야훼께서는 예언자 드보라를 판관으로 세워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할 책임을 명하신다. 드보라는 바락을 불러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의 신탁을 전한다. 그뿐 아니라 그녀는 이스라엘 민중들을 가나안 왕의 압제에서 구하기 위해 바락과 더불어 세밀한 작전을 짠다(4, 4~7).
그런데 뜻밖에도 바락은 드보라에게 함께 동행할 것을 간청한다. 『만일 당신이 저와 함께 가신다면 가겠지만, 함께 가시지 않는다면 못 가겠습니다』(4, 8)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것일까? 이러한 태도가 바락의 겸손한 신앙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 당시의 예언자나 판관의 기능으로 보아 드보라가 이스라엘 민중들에게 받는 절대적인 지지를 암시하는 것이다.
드보라를 사심 없는 지도자로서 믿고 따르던 민중들의 신뢰를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던 바락은 드보라와 동행하지 않고는 전쟁에 이길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그 다음절에 승리의 영광이 결코 바락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드보라의 예언에서 명확해 진다. 게다가 야훼는 적장 시스라도 여인의 손에 붙잡힐 것이라고 예언 함으로써 이스라엘을 가나안의 압제로부터 구하는 해방전쟁의 주체가 바로 여성들이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한다(4, 8~9).
야엘을 축복한 드보라
캔사람 헤벨의 아내 야엘은 이스라엘의 압제자 가나안 왕 야빈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가문의 여성이었다( 4,17). 야엘은 야빈의 명령을 받은, 시스라를 죽이므로 이스라엘 해방의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여성이다. 야엘은 어쩌면 이일에 개입하지 않았어도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거사에 실패한다면 배신자로서 야빈과 우호관계도 깨질 수도, 남편에게 이혼 당할 수도 있는 야엘의 상황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야엘은 이스라엘 민중들의 고통을 바로 보았고 이들의 투쟁에 동참하므로서 이스라엘이 해방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던 것이다.
또한 바락은 이번에도 거사를 끝낸 야엘의 마중을 받으므로 야훼께서 시스라를 여인의 손에 붙잡힐 것이라는 드보라의 예언이 성취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야엘이 나가서 그를 맞으며 입을 열었다. 『들어와 보십시오 장군께서 찾으시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바락이 들어가보니 시스라는 죽어있었다(4,22). 이렇게 볼 때 야훼의 신탁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 바로 남성들이 아닌 여성들이었다는 것이 분명해 진다.
그것은 드보라의 승리를 축하한 승전가인 드보라의 노래에서도 나타난다. 남자들이 르우벤의 냇물가에 모여서 끝없이 토론을 벌이는 동안 드보라와 야엘은 이스라엘을 구원했기 때문이다. 『캔사람 헤벨의 아내 야엘이여 어느 여인보다 복을 받아라 방구석에 묻혀 사는 어느 여인보다 복을 받아라』(5, 24) 고 야엘을 축복하는 드보라의 모습 속에서 비록 처지는 다를지라도 억압 속에서 울부짖는 고통을 공감한 여성들의 협력을 본다. 드보라는 방구석으로 표현된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서서 민족을 해방시킨 야엘을 축복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드보라는 당시의 억눌린 여성들에게 해방의 모형이 된 여성해방의 선각자이다.
이제 드보라가 이스라엘의 억압된 역사 속에서 해방을 위해 떨쳐 일어났듯이 우리도 눈을 크게 뜨고 일어나 우리시대의 잠자는 모든 사람들을 흔들어 깨워 함께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모든 형태의 억압적 굴레를 벗어버리고 조국의 평화통일과 복음화를 위하여 헌신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교회가 교회답게 될 수 있으며 우리는 비로소 드보라와 같이 승리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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