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에세이라도 시인이 쓰면 시가 되는 것일까.
'백치애인' '물 위를 걷는 여자' 등에서 인생의 관조가 배인 감성적 언어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시인 신달자(엘리사벳)씨가 신작 에세이 '시인의 사랑'으로 다시 한번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예의 시인의 시와 산문에서 보였던 사랑법이 '시인의 사랑'에서는 한번 더 정화된 언어로 한편 한편의 산문들이 시적인 깊이마저 느끼게 한다.
"시인이란 이 세상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하나의 특별한 산소입니다. / 시인 하나는 다목적댐 하나의 능력을 지니며 환경 파괴 안의 생명을 지키는 대체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세상이 마땅히 지키고 키워야 하는 그리운 환경 모체입니다"
'시인의 사랑'은 새로운 천년을 시작하려는 오늘의 최첨단 시대에 원시적 사랑을 귀중하게 보듬고 키우려는 사랑에 대한 근원적 사랑을 또 다른 삶의 힘으로 성숙시키려는 시인의 '백치 사랑법'이 녹아 있다. 이런 무계산법의 사랑을 시인은 시인의 사랑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인의 사랑'은 바로 시인이 필요한 이 시대의 모든 시인, 시인이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진솔한 편지이자 사랑을 버리지 못하는 모든 사랑앓이의 벗들 가슴 안으로 날리는 시인 자신의 눈물 묻은 화살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시인은 갓 태어난 새벽의 언어를 들여 마시고, 그 언어로 자신의 삶의 액체를 묻혀 다시 언어로 탄생시키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시인은 외롭게 시를 쓰고 그것이 만인에게 읽힐 때 구원을 얻는다"는 시인의 언명은 더욱 힘을 얻게 된다.
1장 나는 일체의 가면을 벗습니다 2장 여자들의 꿈은 부서지기 위해 존재하는 겁니까 3장 인간에게 육체는 형벌이면서 축복입니다 순으로 담긴'시인의 사랑'은 '나'라는 벌거벗은 자아와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본 '여자' 그리고 본래적 '인간'으로 옮아가며 전개되는 시인의 열정 담긴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저의 소망은 바로 우리들의 사랑에 좀더 환한 빛의 여운이 감돌기를, 문턱이 없는 우리들의 마음과 영혼이 서로 맑게 스며들기를 저는 떨리는 가슴으로 빌고 있습니다"
그간 에세이.소설 등으로 성가를 높였던 시인이 이제 다시 모진 마음으로 사랑의 진수에 접근하고 있는 '시인의 사랑'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울과 절망, 부끄러움이 우리의 삶이 안고 있는 짐마저 사랑하게 하는 너그러움으로 변화되는 감동을 얻게 될 것이다.
〈자유문학사 / 272쪽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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