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억 투입, 스펙터클 장면 일품
대표적인 교안(敎案)의 하나인 '신축교안. 일부 사람들은 '제주민란'이라 지칭하기도 한다. 박광수 감독이 이를 소재로 한 영화 '이재수의 난'을 만들었다. 프랑스측 투자분을 포함, 32억을 들여 충무로 1급 스펙터클한 장면들이 연출되는 이 영화는 장면마다의 충실성이 돋보인다. 장면마다 많게는 몇백명씩 동원한 군중신과 빠르게 전개되는 역동적인 화면, 숨겨진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풍경은 이 영화의 백미. 이정재(이재수역), 심은하(이재수 연인 일숙화역) 등이 출연하는 이 영화는 '장면묘사는 세심하고 충실하면서도 맥락과 이음새는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간간이 의미전달이 불분명한 대사,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면 과연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을 것 같다.
민란의 선두를 자청한 청년 이재수를 박감독은 결코 영웅화하지 않았다. 분기 탱천한 그 역시 구한말 변방에서 격랑에 휘말린 청년으로 묘사했을 뿐이다. 이 영화는 오는 9월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라 한다.
신축교안의 원인과 관람방향
교회사가들은 신축교안의 원인을 크게 네가지로 고찰하고 있다. 그 첫째는 1901년 구한말 해체기에 이른 봉건사회의 지배계급이 봉세관(세금을 거두는 관리)을 이용, 무자비한 세금포탈과 이에 대한 백성들의 항쟁이 천주교 신자와의 항쟁으로 발전되었다는 관점. 둘째, 일본제국주의자들이 한반도를 배타적으로 독점키 위해 프랑스인들을 몰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했다는 점. 셋째는 신부의 특권을 이용한 일부 신자들의 행패가 도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었다는 점, 마지막 넷째 원인은 토착민의 문화를 무시하고 신목(神木)과 신당(神堂)을 없앰으로써 토착문화와 갈등을 빚고 있었다는 점, 즉 선교방법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장두(狀頭) 이재수를 중심으로 한 일부 제주 도민들은 당시 세금포탈을 일삼던 봉세관이 있는 제주읍을 공격, 같은 제주도민인 신자들을 학살했으며 제주성까지 함락해 총 700여명의 신자들을 처형했다. 우리는 여기서 과연 그들의 이같은 행위가 영웅적 행위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세금을 포탈하는 자 중 몇몇이 신자라는 이유 때문에 이렇게 많은 가톨릭신자들이 죽음을 당해야만 하는가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하는가. 한국 현대 순교자들 215명 가운데 신축교난때 처형된 신자가 51명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우리의 자세
올해는 제주선교 100주년의 해. 우리 가톨릭 신자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때 이러한 대립과 좌절의 역사는 아름다운 결과로 승화될 것이다. 제주 서문본당 주임 임문철 신부는 "제주선교의 주춧돌이 된 파리외방전교회와 성 골롬반회 선교사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동시에 봉세관과 결탁한 일부 신자들과 선교사들의 폐단, 특히 무속을 미신이라는 이유로 폭력적으로 타파하려 했던 태도 등에 대해 선교 방법론적 차원에서 반성하고 도민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 가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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