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장 중요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느님은 계시나요? 만약 계시지 않다면 죽어서 무한한 어둠의 심연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잖아요. 저도 나약한 나머지 그분께서 증거해 주시지 않으면 전 전적으로 믿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괴롭습니다. 아직 어리지만 죽는 것이 두렵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그분께서 존재하심을 믿는다면 삶에 훨씬 윤기가 나겠지요.
【답】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확신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 인간은 하느님을 눈으로 직접 본 일이 없기 때문에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갖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무신론자들은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우리 신앙인들도 이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일찌기 요셉 랏칭거 추기경은 자신의 저서 그리스도 신앙 어제와 오늘이라는 책에서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의심은 무신론자들이나 신앙인들에게나 똑같이 갖게되는 인간의 실존적 처지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무신론자들은 의심의 상태로 머물고 있는 이들임에 반하여, 신앙인들은 의심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믿음이 있는 이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르틴 부버의 유다전설을 인용하면서, 한 유다인 랍비와 한 계몽주의자와의 대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오랜 시일에 걸친 대화에서도 이렇다할 진전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랍비는 어느 날 문득 그 계몽주의자에게 말하길 나는 당신에게 천국이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 줄 수 없었소. 그리고 당신도 나에게 천국이 없다는 것을 확신시켜 줄 수는 없었소. 그러나 혹시 있다면 어떻게 하겠소?하고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계몽주의자는 그 혹시라고 하는 말 때문에 나중에는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혹시 천국이 있다면, 이 세상에서 하느님을 믿고 선량하게 살은 사람은 천국에 갈 것입니다. 그러나 천국이 없다고 생각하며 세상을 제멋대로 살은 사람은 천국에 들어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이 존재하느냐 아니냐라는 것에 큰 문제를 삼을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존재하신다는 믿음을 갖고 이 세상을 올바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이미 이 세상과 인간의 양심 안에 당신을 알 수 있도록 섭리하였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참되고 선하고 아름답고 거룩한 것을 체험할 때 우리는 하느님을 유비적으로 체험하는 것이며, 그러할 때 하느님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형제님! 하느님의 존재를 우리의 오관으로 체험하듯이 인식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참되고, 아름답고 선하고 거룩한 것을 체험할 때 그것들의 원천이신 하느님께서 계심을 믿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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