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하다 존재론적 회의를 느껴 신앙을 가지게 됐다는 김춘추(루가.56.서울 명동본당) 교수.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와 가톨릭조혈모세포이식센터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김교수는 지난해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늦깍이 시인.
『세포는 누가 만들었으며 세포핵은 누가 만들었나? 의문의 연속이었죠. 이러한 궁금증들이 저를 신앙의 길로 접어들게 했습니다』. 우리나라 조혈모이식 수준을 세계 5위권으로 이끈 일등 공로자 김교수. 그가 「요셉병동」과 「하늘목장」에 이어 세번째 시집 「얼음 울음」을 냈다.
「명년 봄에 활짝 필/어린 햇살이/ 구멍이 송송한 돌담에 안겨/젖꼭지 빨다 잠든 돌백이처럼/젖니 두개 내놓은 채 잠들었구나/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침까지 흘리며 잠들었구나」 (「겨울 마라도」 전문)
어느 겨울날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는 마라도의 돌담길을 표현했다. 햇살과 돌담을 모두 어린이의 형상으로 비유한 것이 이채롭다. 구멍이 송송한 돌담에 햇살이 비쳐 마치 돌배기 어린애가 젖니 두 개를 내놓고 잠들어 있는 것처럼 구멍 바깥에 햇살이 돌출되어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도 재미있다. 그 돌담에 물기가 어려 흘러내리는 장면을 어린아이가 침을 흘리며 잠들어 있는 것으로 표현함으로써 자연 경관의 묘사를 완료하였다.
문학평론가 이숭원(서울여대 교수)씨는 김교수의 시세계에 대해 『극히 미세하고 정교한 이미지나 발상에 초점을 맞춰 한편의 시를 구성한다. 그의 시를 읽어보면 시적 상상력이 상당히 기발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소년적인 천진한 감각과 상상력, 대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과 유머의 감각으로 시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번 시집도 때묻지 않은 천진한 감수성과 돌발적 전환의 상상력, 그리고 정서의 윤기가 함축된 시집』이라고 평했다.
문학도가 꿈이었던 김교수. 의학도가 된 뒤에도 문학의 꿈은 사그러지지 않았다. 특히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조혈모 이식」을 전공하면서 슬픔을 극복하는 한 방안으로 「시(詩)」를 선택했다.
그의 시재(詩材)는 다양하다. 자연, 일상사, 원초적 본능, 의학 전문용어도 그는 시어로 승화시킨다. 「무궁화」 「오존주의보」 「사부곡」「골다공증」 「타임 캡슐」. 시제목들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시적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자연속의 무질서를 어떻게 질서있게 만드냐'하는 것도 저의 중요한 시적 테마의 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무질서를 시적언어로 연결시키는 작업은 흥미로움과 경이로움을 선사하죠』
과학적 이미지를 시적 이미지로 능숙히 승화시키는 김교수. 어린이처럼 해맑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언어의 응축과 문학적 열성안에 녹아있던 그의 시적 상상력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김교수는 은퇴 후 표현의 다양성을 위해 희곡을 써 볼 생각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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