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제1회 부산 영화제에서 인기를 끈 영화 중에 자파르 파나히라는 감독의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이란 영화를 보다보면 삶이 곧 영화이고 영화가 곧 삶인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우리에게 이젠 친숙한 이름이 된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 일종의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로드무비 같은 영화들과 연장선상에 있는 「하얀 풍선」도 삶의 반영일 뿐만 아니라 이란의 사회를 은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란의 「설날」 은 3월 21일. 이를테면 명절을 맞는 그 나라의 풍습을 소재로 어린이의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7살 소녀의 천진하면서도 사실과 다를 바 없는 연기에 의존해가며 어린이들의 동심의 세계와 어른들의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세계와의 단절을 그리는 영화인가보다 하며 스토리를 따라가는 관객은 마지막 순간에 배신당한 것 같은 아픔과 씁쓸함을 맛볼 것이다.
영화의 시간과 현재적 시간이 같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얼마나 단순한가. 그런데 이 단순한 영화가 우리에게 진지한 성찰을 하게 만든다. 설날이 되기 전에 크고 통통한 금붕어를 장만하는 이란의 풍습에 따라 자기 집에 있는 보잘 것 없는 금붕어보다 시장에서 본 그 하얀 금붕어가 너무도 갖고 싶은 라지에는 엄마에게 아무리 떼를 써도 안되자 오빠에게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주기로 하고 엄마를 설득시켜서 기어이 마지막 남은 돈을 타낸다.
그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불안하고 위태롭기만 하다. 결국 그 돈은 통기구의 구멍으로 빠져 버리고 만다. 설날은 점점 다가와 이제 몇 분을 남기지 않았는데 어른들은 도무지 관심이 없다. 오빠는 이리 저리 도움을 얻으려고 뛰어다니고 그동안 라지에는 설날이 되어도 고향에 못가는 가난한 군인과의 만남, 드디어 오빠는 풍선을 파는 소년의 풍선을 매단 막대기를 빼앗아 온다.
실랑이 끝에 아무리 해도 돈을 꺼낼 수가 없자 아프가니스탄의 난민인 풍선파는 소년은 자신의 돈으로 껌을 사 온다. 거기서 서로를 보고 웃어대는 어린이들의 천진한 승리로 영화는 끝맺으려나 하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돈을 꺼내자 마자 남매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금붕어를 사러 가버리고 하얀 풍선을 매단 막대기를 든 소년만이 덩그마니 남는 텅빈 거리, 그리고 몇 초, 영화는 끝나버린다.
그리고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누가 네 이웃인가?』 영화를 잘 뜯어보는 관객이라면 영화 시작할 때 복잡한 테헤란의 시장터에서 라지에를 잃어버리고 찾아서 두리번거리는 엄마에게 라지에를 찾게 해준 사람이 바로 그 풍선파는 소년임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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