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틈타 팬터지소설 열풍이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기존 리얼리즘 위주의 정통문학에 반대되는 팬터지소설은 말 그대로 환상소설. 서양 중세분위기를 빌려 창조된 환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팬터지소설은 이미 지난해부터 중,고,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층의 폭발적인 지지에 힘입어 출판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팬터지소설의 신호탄격인 이영도씨의 드래곤라자가 출간 6개월만에 40만부가 판매된 후 현재 화제를 모으고 있는 팬터지류의 작품은 수십종에 이른다. 일반 대하소설과는 달리 팬터지소설은 첫째 권과 마지막 권의 판매부수가 거의 동일하고 최소한 2만부를 보장한다는 것이 출판계의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팬터지 소설 작가가 되겠다는 지망생도 엄청나게 늘고 있다.
팬터지소설의 주 독자층은 통신과 컴퓨터게임에 익숙한 사이버 세대들. 특히 남자 고교생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부류의 소설을 읽지 않고는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만화 애니매이션 컴퓨터게임 등으로 현실과 가상현실을 넘나드는데 익숙한 영상세대의 감수성이 반영된 결과다.
팬터지소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문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감각적 재미와 자유로운 상상력 때문이다.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배경설정, 시공을 초월한 상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모험담은 독자들을 흥분시킨다. 뻔한 일상과 고달픈 현실을 잊고 마음대로 환상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팬터지소설의 매력인 셈이다.
또한 정통 리얼리즘이 득세할 때 폄하됐던 좥환상문학좦이 광기,비이성,야만의 가치가 재조명되는 현대 포스트모던 시대에 문학과 문화의 중심부로 부상하고 있는 세계적 조류 역시 팬터지소설이 유례없는 전성시대를 구가하는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팬터지소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나 부정적인 평가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많은 평론가들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기존의 것에서 절대성을 찾지 못할 때 초현실적인 것에 탐닉하게 된다며 IMF이후의 우울한 시대상황을 잠시나마 잊기 위한 도피처로 젊은층이 선택한 것이 환상세계라고 설명한다.
그간 일부 팬터지소설은 살인과 인간합성수술, 귀신의 연애편지 등의 충격적인 소재, 성에 대한 노골적인 표현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팬터지가 보여준 미래상 역시 무서운 가상이 대부분으로, 환상을 통해 꿈과 희망을 찾고 미래에 대한 혜안으로 역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의문을 품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너나 나나 몽땅 혼돈에 빠져 있는 때라는 상업적 대중매체들의 주문에 속수무책으로 최면에 걸리고 있다면 곤란하다는 것이 팬터지소설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실의 또다른 얼굴로서의 환상, 현실문제를 풍자하는 작가의 문제의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컴퓨터 게임이나 시나리오, 무협지에 불과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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