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지친 여름, 극장은 시원한 피서지가 된다. 여름이면 유행하는 긴장과 스릴 사이를 넘나드는 고스트가 등장하는 괴담류의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어도 좋다. 가슴이 따뜻한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이럴 땐 영화에서 대단한 의미를 발견하기 보다 한바탕 웃고 즐길 수 있는 오락성 짙은 영화를 선택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적격인 영화 두 편이 개봉관에서 상영중이다. 프랑스 영화인 아스테릭스와 영국 영화인 노팅힐이다. 이번에는 코미디와 로맨스에 속하는 「노팅힐」안에서 복음의 숨은 그림을 찾아보자. 어벙한 남자와 귀여운 여인은 우리를 노팅힐이라는 한적한 영국의 한 마을로 초대하고 있다.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여행 전문 서적만을 취급하는 서점을 경영하는 윌리엄 대커는 소심하고 조심성 많은 남자이다.
그의 룸메이트는 괴상하지만 관객에게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매력적인 괴짜이다. 서점의 점원인 엉뚱한 그의 친구, 약간 모자란 듯 보이는 여동생과 여동생의 예술가 남자친구, 직장에서 해고당할 뻔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또다른 친구,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친구의 부인 등 하나같이 상처입고 소심하고 평범한 이웃들의 캐릭터가 헐리우드 대스타인 여자 주인공 애나와 어우러져 자연스럽고도 따뜻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들은 대커의 여동생 생일 파티에서 함께 음식을 나누며 서로를 공유한다. 애나는 다정한 소시민의 일상사의 유쾌함을, 다른 이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던 대스타와 화장실을 같이 쓰는 행운이 자신에게 왔음을 감사하면서 꿈이나 동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들이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지자 그 상황을 한껏 즐긴다.
많은 팬을 갖고 있는 대스타 애나가 대커의 초라한 서점을 방문했을 때, 대커의 진면모가 드러나는데 물론 애나가 대스타임을 모른 상태에서다. 책을 훔친 사람에게 화를 내지 않고 그토록 인격적으로 최대한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대커는 어쩌면 이기적이고 오만한 애나와 대립되는 캐릭터이자 그런 애나에게도 차별없이 관대하고 순수하게 대할 것 같은 느낌을 지속적으로 갖게 한다.
과연 그는 화려함 뒤에 숨겨진 애나의 외로움을 감싸주고 사랑해준다. 그들의 환상적인 사랑이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해피엔딩으로 골인하기까지의 에피소드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서로 자신들의 가장 비참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는 이야기로 바뀌어 나가는 순간은 그들의 긍정적인 세상 읽기와 마음이 가난한 이들의 행복, 가장 소중한 것을 선택하라는 복음의 불변의 진리를 만날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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