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으로 고통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저의 영혼은 더욱 단단해지고 맑아지고, 영원한 삶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게 된답니다』
「중증근무력증」으로 투병중인 장애인 시인 석영미(마리아.29.마산교구 진주 상평본당)씨가 「고통속에서 느낀 영혼의 평화」를 시로 노래했다. 담백한 시어들의 나란한 정열로 신선한 맛이 한층 느껴지는 시집 「눈물로 키워지지 않는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장백刊)에는 석씨의 「밝은 삶에 대한 소망」이 가득 담겨 있다. 『제 시는 3년동안의 제 일기와도 같은 저의 고백입니다. 이 시집이 어려움 속에서 신음하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할 수 있는 작은 선물이 되길 소망합니다』
『생각을 모두 벗어버리면 / 마음은 더없이 깨끗한 영혼 / 맑은 사랑만이 온 몸 가득히 남습니다/ 들숨 날숨 심장의 고동 소리와 함께 뜨겁게 휘감는 붉은 핏줄기도 온통 사랑으로 가득합니다 / 수많은 잡념을 모두 떨쳐 버리면 온몸은 사랑덩어리 그것입니다 / 오직 맑은 영혼 하느님만 남습니다』(「생각을 모두 벗어 버리면」전문) 석씨의 시에는 하느님을 향한 열정, 즉 절대자에 대한 「종교적 믿음」과 육체적 조건을 이겨내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충만하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씨는 발문에서 『언제 죽음을 맞을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쓰여진 순수한 영혼의 기록 앞에 시와 산문을 가른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무엇보다 그 상황에서 이처럼 간절하고 소박한 표현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도무지 의아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명랑하고 쾌활한 직장여성이던 석씨. 경상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경남장애인복지관 진주분관에서 근무하던 그녀에게 병마가 닥친 것은 지난 96년.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사지(死地)에서 벗어난 그녀는 꽃동네에서 요양하다 지금은 고향인 진주에 내려와 있다. 이번에 낸 시집에 실린 시 대부분은 꽃동네 요양 중에 쓴 것들이다.
열심한 가톨릭 신자 집안에서 태어난 석씨는 오빠인 부산교구 석판홍(마리오) 신부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남달랐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자신의 건강을 염려해 주고 기도해 주었던 수많은 은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며 특히 이 시집이 나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친구 신정숙(「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간사)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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