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외신종합】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월 21일 교황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기경 회의를 열고 44명의 신임 추기경을 서임했다. 교황은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4만여명의 순례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가진 이날 회의에서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새로 발표한 44명의 신임 추기경들을 서임하고 『지혜와 성덕으로 교회를 이끌라』고 당부했다.
이날 추기경회의는 빨간색의 복장을 한 추기경들과 성 베드로 광장에 나부끼는 순례자들의 깃발들을 보면서 교황은 서임식에서 『교회는 지상의 권력이 아니라 봉사와 겸손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누구든지 너희 중에서 최고가 되려는 사람은 봉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성서의 구절을 인용해 봉사자로서 교회와 하느님 백성에 헌신할 것을 당부했다.
이날 예식은 말씀의 전례와 신앙고백에 이어 교회에 대한 충성을 서약하는 순명서약의 순으로 진행됐으며 그 절정은 새 추기경들이 교황 앞에 무릎을 꿇고 붉은 색으로 추기경을 나타내는 사제각모 (biretum)를 받는 순서였다.
교황은 라틴어로 "이것은 추기경의 존엄성을 나타내는 표지로 자신을 용맹하게 헌신해 그리스도교 신앙과 평화, 하느님 백성, 가톨릭교회의 자유와 복음선포를 위해 헌신하도록 준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선언하고 사각형의 빨간색 모자를 씌워주었다. 이에 앞서 새 추기경들은 보편교회와의 일치를 유지하고 교황에게 충성하는 예식을 거행했으며 자신에게 맡겨진 직무에 헌신할 것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황은 또 이튿날 성 베드로 광장에서 새 추기경들과 함께 거행한 미사에서 『존엄성의 상징이며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와 갖는 특별한 친교를 의미』하는 금반지를 새 추기경들에게 각각 오른손에 끼워주었다.
교황은 『교회가 결코 세속적인 계산이나 인간의 권력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사도들의 증언 위에 건설되었다』고 강조하고 『오늘날 지구화와 같은 사회적 현상 뿐만 아니라 과학과 기술의 엄청난 발전은 우리 모두가 항상 모든 사람, 모든 사회적 사건에 열려 있어 희망을 제시해주길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추기경 회의는 44명이라는 사상 최다의 추기경이 새로 서임됐다는 것 외에도 전체 추기경 수가 183명, 그 중 교황 선출권을 지닌 추기경 수가 135명, 추기경 배출 국가 61개국이라는 면에서도 최초를 기록했다. 한편 추기경회의가 열린 21일 전 베네주엘라 카라카스 대교구장 요세 알리 레브룬 모라티노스 추기경이 81세를 일기로 선종함으로써 전체 추기경수는 184명에서 183명으로 줄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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