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이번 휴가는 전라북도 진안에서 조금 더 들어간 백운면 노촌리 하미부락에 있는 모 화가의 집에서 지냈다. 하미부락은 마이산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그 화가는 서울서 살면서 매연과 소음들, 회색벽 등의 답답함으로 도시를 탈출하고 싶었는데 마침 이곳 하미부락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4년동안 폐가로 방치됐던 집이었다. 1백평 남짓한 땅에 본채와 별채, 헛간 등 쓰러지는 건물 3채를 1백만원에 구입했다. 이 집을 구입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풀과의 전쟁이었다. 풀의 생명력은 대단해서 다 뽑아 없앴나 싶으면 일주일 후 다시 풀숲이 되곤했다. 그러길 3년 정도 하자 겨우 마당의 형태가 잡혀갔단다.
시간이 날 때마다 손수 벽돌을 쌓아 세면장을 만들고 헐어진 부엌벽은 흙벽돌로 다시 쌓았다. 특히 정원가꾸기에 신경을 썼다고 했다. 봄부터 초겨울까지 산사나무, 개나리, 벗꽃, 배꽃, 붓꽃, 해당화, 장미, 접시꽃, 채송화, 도라지, 석류, 목백일홍, 그리고 눈 속에서 피는 설국까지 하루도 꽃이 피지 않는 날이 없도록 했다.
이런 집짓기 일들을 하면서 그는 될 수 있는 한 서두르지 않았다고 했다. 동네의 애경사에 진심을 갖고 찾아 다니며 한 3년쯤 지나자 마을 주민들과의 서먹서먹했던 감정도 사라지고 정말 마을 주민과 같이 되었단다. 그리고 10월 경에는 「화가의 집」이라 하여 찻집도 열고 혹시 다니러 오는 사람을 맞아 자연을 얘기할 생각이라고 했다. 푸른 나무들과 꽃들, 산새들의 지저귐, 짙푸른 숲 속에서 피는 아침의 안개, 저녁 어스름 속으로 사라져 가는 들판들…. 이런 것들을 대하면서 일과 사람으로 찌든 마음에 조금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몇 년전 이스라엘에 성지 순례를 갔을 때의 일이다. 어디선가 낯익은 소리가 들렸다. 짐을 나르는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빨리, 빨리』하면서 일하는 것이었다. 무의식 중에 우리가 얼마나 많이 쓰고 있었으면 외국사람들이 가장 빨리 익히는 말이 되었을까.
『서두르다가는 일을 망치기 쉽다』는 것을 우리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게 된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다 마련해 주신다. 지금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나 하나 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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