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반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교회가 시급히 준비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정보화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첨단 기술과 매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미워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변화의 충격과 영향력은 가톨릭 교회도 예외일 수 없다. 세상 속의 교회로서 한국 천주교회는 이같은 과학기술, 통신수단의 진보에 발맞춰 전산화, 정보화의 길을 분주하게 모색하고 있다. 국가와 기업은 물론 대부분의 비영리기구와 민간단체, 그리고 종교 역시 이같은 정보화에 둔감할 때 「경쟁력이 상실될 뿐더러 종교의 본질적 사명 중 하나인 전교의 차원에서도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세기의 문턱에서 새 시대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 중 하나인 정보화에 직면해 한국교회가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기로 한다.
1. 사이버 교회의 전망
전국 15개 교구 중 홈페이지를 개설한 교구가 8개에 이른다. 서울대교구를 비롯해, 부산, 광주, 대구, 마산, 수원, 전주, 춘천교구가 독자적인 교구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불과 1~2년 동안 이뤄진 일이다. 여기에 인천교구가 9월 3일 소속 본당들을 전용선으로 연결함으로써 가세했다.
부산교구는 홈페이지 문패를 아예 좥인터넷 성당좦으로 달았고, 아직 인터넷 인구보다는 PC통신 인구가 더 많다는데 착안해 천리안에 「PC성당」을 개설했다.
「성바오로선교네트 가톨릭 웹타운 서비스」에 따르면 현재 한국교회 안에서 「가톨릭」을 표방하는 홈페이지는 모두 200여개. 국내외 성당 90개가 포함되고 평신도 개인 홈페이지는 뺀 것이다. 가장 「정통한」 홈페이지는 주교회의가 개설한 것이고, 규모와 기술 수준으로는 서울대교구 인터넷 굿뉴스가 독보적이다. 반면 대부분의 서비스가 최근 1~2년 동안 신설된 것과 비교해 PC통신으로부터 차곡차곡 서비스를 이어온 성바오로선교네트워크는 연륜 만큼 깊이와 경륜이 엿보인다.
사이버 교회의 가능성
물론 일부 외에는 「사이버 교회」라기보다는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는 기초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이버 교회」라 할 때에는 단순히 소식과 정보 전달을 넘어 사이버 공간 안에서 실제 현실 안에서 이뤄지는 여러 가지 신앙활동이나 친교 활동이 수행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미래 사이버 교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시도들이 이뤄져 왔다. 서울대교구 가톨릭 인터넷 안에 개설돼 있는 각 본당 게시판은 그 범위와 규모 면에서 사이버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잠재력을 갖는다. 모든 본당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고 각 본당마다 게시판을 마련해둠으로써 사이버 공동체의 외적 여건은 확보돼 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돼 있는 본당의 경우에는 성직자·수도자와 신자들간의 교류가 원할하고 각 단체원들간의 친교도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에는 연령이나 계층별 동호회 형태로 사이버 공동체들이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다.
성바오로선교네트 가톨릭 웹타운 서비스는 PC통신 때부터 온라인 「성서이어쓰기」라든가 묵주기도를 온라인으로 바친다거나 하는 이색적인 시도를 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사이버 공동체가 가장 먼저 형성된 곳은 원래 PC통신 가톨릭 신자 동호회이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등 대형 통신 서비스내에 조직된 가톨릭 동호회는 등록 회원만 동호회마다 3천명에서 5천명의 회원을 보유, 웬만한 대도시 성당을 능가할 정도였다.
복음 선포와 친교의 실현
사이버 공동체의 전망은 그것이 어디까지나 본당 사목 활동의 보완적 장치라는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 주교회의는 인터넷을 통한 성사 집행은 교회와 성사의 특성상 불가능하다고 명백하게 밝혔다.
신자는 물론 성사를 집행하는 성직자가 실제로 그 시간 그 자리에 현존할 때 성사는 가능하다. 따라서 미래의 사이버 교회가 현재 본당에서의 모든 사목활동, 공동체의 구성을 대치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정보사회의 진전에 따라 사이버 세계가 현실 세계와 나눠 갖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교회는 현실 세계에서의 복음 선포 노력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세계에서의 복음 선포에도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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