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은 교황 주일이다. 전세계 가톨릭의 영적 아버지인 교황과 교황청은 종교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에 있어서도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정치적 영향력은 그 도덕적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근대와 현대 교회사 뿐만 아니라 세계사에 있어서도 엄청난 변혁의 한가운데 선 세계적 인물이다, 특히 요한 바오로 2세는 역대 교황들과는 달리 전세계를 누비며 평화의 사도로서 행동하는 교황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거리의 각국 순방에 나서왔다.
98년 1월 교황은 역사적인 쿠바 방문에 나섰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으로 여겨졌을 만큼 지난했던 쿠바 방문은 냉전을 종식하고 동유럽을 세계 무대로 이끌어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정치적 영향력을 다시 한 번 보는 듯했다. 이에 앞서 교황은 97년 4월과 5월 레바논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지역을 잇따라 방문했다. 대희년 들어서는 성지를 방문해 중동지역의 평화 정착을 위한 또 하나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처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전세계의 분쟁 지역을 돌아다니며 평화의 사도로서 인류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선사했다.
하지만 그러한 교황도 아직 채 다다르지 못한 땅이 있다. 올해 80세를 넘어선 교황이 오랫 동안 염원해오면서도 아직 밟지 못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지역은 중국, 엄청난 인구와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세계에 얼마 남지 않은 공산국가인 중국 순방은 교황의 가장 열렬한 희망 중 하나이다.
그에 못지 않은 주요 순방 대상지가 러시아. 고르바초프, 옐친 등 전 대통령들이 교황의 방문을 여러 차례 요청함으로써 정치적으로는 순방의 여건이 조성됐었지만 러시아 정교회측의 반대로 지금까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인해 교황의 방문 가능지역으로 급부상한 북한은 지금까지 중국이나 러시아 보다도 오히려 더 방문 가능성이 희박한 곳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하고 북한 최고 당국자가 교황을 초청함으로써 북한 방문은 의외로 중국이나 러시아 방문에 앞서 이뤄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들 국가들은 교황이 아직 방문하지 못한 곳이면서도 교회사적으로나 국제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순방 대상지이다.
중국의 경우에는 이미 교황 순방을 위한 물밑 작업이 오랫 동안 진행돼 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중국 측의 완고한 입장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표면상으로는 정치적 이유, 즉 교황청의 대만과의 단교 문제가 걸림돌이다.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해야 중국 본토와의 외교관계가 가능하고 따라서 교황의 방중 역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표면상 이유이다 교황청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대만과의 외교 단절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결국 문제는 중국 정부가 교황청의 주교 임명권을 인정하는가 하는 것이다. 중국 교회는 「지하교회」와 정부가 공인하고 있는 이른바 「애국회」로 나뉘어져 있다. 가톨릭 교회는 주교의 임명권을 전적으로 교황이 행사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러한 교황의 권리를 부인하고 독자적으로 주교를 임명하고 있다.
교황청은 결코 이 부분을 포기할 수 없으며 중국 정부 역시 쉽게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그만큼 오랫 동안 교황 방문을 위한 접촉이 시도돼 왔지만 지금까지 성사되지 못한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며 앞으로도 쉽게 해소될 수 없는 부분이다.
러시아의 경우에도 문제가 복잡하다.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 정교회는 자신들 외에 다른 종교가 폭넓게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측에 다양한 방식의 차별적 종교정책 시행을 실시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따라서 교황의 방문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우선 러시아 정교회와 가톨릭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단순히 정치적인 차원에서의 교황 방문이 성사될 수 없고 성사된다 해도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북한 방문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방북 요청을 접수했다고만 발표했을 뿐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희미한 상황이다. 다만 한국교회에 대한 애정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할 교황 방북의 중요성에 비추어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된데 따라 극적으로 성사될 것을 기대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8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해외 순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파티마를 방문해 파티마 성모 발현을 목격한 목동들을 시복했다. 내년에는 괌 섬을 방문해 주교대의원회의 오세아니아 특별 총회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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