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북은 가능할까?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와 함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교황 초청 의사가 알려짐에 따라 교황 방북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교황의 중국 방문에 대한 원의는 이미 오래 전의 일이며 이를 위한 물밑 작업은 온갖 험로를 거쳐오면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북한 방문의 가능성은 아직 전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었다.
다만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3월 교황청을 방문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만났을 때 교황의 방북을 권유했고 이에 대해 교황이 방북이 이뤄지면 그것은 기적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경과
교황청 양측 초청사실 발표
공식 언급 자제 … 관망 자세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교황 초청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 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은 귀환 후 가진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했고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6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공개했다.
정부 당국은 김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을 통해 이날 오전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에게 전달했다.
한편 언론보도에 따르면 교황청 공보실은 17일 남북한 양측으로부터 교황의 방북 초청을 받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보실은 배양일 바티칸 주재 한국대사가 장 루이 토랑 교황청 외무부장에게 북한측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며 이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교황청의 이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은 없는 상태로 다만 교황청의 선교 통신인 피데스 통신사의 책임자인 베르나르도 체르벨레라 신부가 교황 방북의 전제 조건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방북에 대해 조심스런 전망을 하고 있을 뿐이다.
선결 조건 충족돼야
‘성직자 수용’ 등 교황청 전제조건 수락여부 관건
“신자·교회 없는 곳 교황 가서 뭘 하나” 회의론도
체르벨레라 신부는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제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이 가톨릭 교회를 인정하고 성직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포함돼 있다. 또 교황 방문 이전에 정진석 대주교를 먼저 초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LA타임스도 교황 방북과 관련해 의심어린 분석을 하고 있다. 서강대 명예교수 바실 프라이스 신부의 말을 인용한 LA타임스는 교황이 「기적」이라고 한 말 이면의 부정적인 요소에 초첨을 맞추고 『가톨릭 신자가 없는 북한에 가서 교황이 뭘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북한의 경우에는 쿠바와는 또 다른 여건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쿠바의 경우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로 가톨릭 정신과 관습 등이 실제 삶 속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국가이다. 또 지난 98년 교황의 쿠바 방문 당시 쿠바는 이미 교황청이 이번에 제시한 조건들을 충족하고 있는 상태였다.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교황방문에 앞서 이미 97년말 외국인 수녀와 신부들의 입국 허용 등 가시적인 종교 자유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북한의 경우에는 종교 단체가 있으며 한 개의 성당이 있으나 실제로 가톨릭 교회가 존재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교황이 만날 「가톨릭 신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를 생각하면 방북의 어려움이 능히 짐작된다.
더욱이 쿠바 방문시 교황이 대규모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공산 정권의 민주 개혁을 촉구했던 것처럼 북한측이 교황의 활동과 발언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획기적 방문 가능성 배제 못해
정상회담 자체가 ‘기적’ … 교황 방북 기대감 팽배
3월 김대통령 교황 알현 후 바티칸 발빠른 대응 눈길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교황의 방북이 획기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양 정상의 회담 자체가 워낙 획기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교황 방북 가능성까지도 전혀 배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교황청으로부터는 이렇다 할 대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외신 보도를 통해 보면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이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볼 수 있다. 북한의 교황 초청 의사 자체가 워낙 기대 밖의 수확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기대감은 적어도 한국민과 한국교회의 입장에서는 열망의 수준이다.
외교가에서도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교황이 북한과 중국을 방문할 시간이 있으며 그러한 획기적인 방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지만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 지역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서 교황 방북이 가질 위력은 워낙 엄청나기 때문에 적절한 협의 방안이 모색된다면 성사 가능성도 기대해봄직한 것이다.
배양일 바티칸 주재 한국대사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교황청 차원에서 방북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이는 3월 김대통령의 교황 알현 후속 조치라는 것이다.
배대사는 교황청이 지난 96년부터 교황청 외무차관과 아시아 담당 국장을 매년 북한에 보내 온 점에 주목하고 만약 교황 방북이 긍정적으로 검토된다면 올 가을 교황청 관리의 북한 방문 때 시기와 방법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교황 방북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교황이 한국에 가진 각별한 애정에도 기인한다. 교황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한 바 있으며 그때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 여러 차례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곤 했다.
교황은 북한의 홍수 피해를 위한 지원금으로 최근에도 5만불의 성금을 전달했고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이례적으로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특별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교황이 분쟁지역의 평화를 기원한 사례는 많이 있지만 특정 회담에 대해 별도의 성명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세계교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