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일
13일 오전 11시 30분경(현지 시간)에 7.6강도의 지진이 중앙 아메리카를 강타했다. 이튿날 그나마 견디었던 가옥들은 계속되는 여진으로 인해 여지없이 내려앉았다. 강이 갈라지면서 목욕과 빨래를 하던 여자들이 실종됐고 갈라진 틈으로 물과 함께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의 아우성등으로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산따 떼끌라 마을은 아직까지 시신 발굴을 끝내지 못하였고 가족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라디오를 통해서 구조와 신원 확인을 하고 있다.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약 40여분 떨어진 빠빨로따라는 마을은 이미 전기가 끊어져 주민들은 거리에서 밤을 지새웠으며 여진이 있을 때마다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대부분 흙집들이라 90%의 가옥은 복구가 어려운 실정이며 노상에서 밤을 보낸 탓에 감기와 어린이들의 건강이 가장 염려되고 있다.
1월 19일
1월 18일 아침5시30분, 라 리베르땃 이라는 시의 산따 떼끌라 소나의 라스 꼴리나스 라는 마을에 도착하였다. 처참한 모습이다. 산에서 무너져 내린 흙더미가 마을 전체를 덮어 버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옷가지와 신발, 토마토와 또르띠야(옥수수로 만든 이곳의 주식) 조각이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오늘까지 이곳에서만 507명의 사망자 숫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도 흙더미 속에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 길 한쪽으로는 생사불명의 시신이 관속에 놓여 있고 앞으로 발굴될 시신을 위해 다른 관들이 차갑게 기다리고 있다.
집을 잃은 사람들이 모임을 가졌다. 그 중 한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래도 먹을 것은 있습니다. 우리에게 돌아올 구호물품을 더 큰 아픔을 당한 마을로 보냅시다』 침묵이 흘렸고 어디에선가 박수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1월 22일
엄청난 재해는 진정되는 듯하다. 그러나 19일에 내린 비와 20일부터 시작된 북풍은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겨준다. 우술루딴시에 있는 산띠아고 데 마리아 와 히낄리스꼬 마을은 비로 인해 전염병까지 염려되며 심한 바람은 모두에게 감기를 가져 왔다. 무엇보다 심각한 걱정은 바람이다. 흙먼지를 일으켜 거리는 늘 황토색이고 모든 음식에 먼지가 앉아있다.
먹는 것보다 절실한 것이 비닐과 시트, 담요이다. 어느날 밤 스폰지로 만든 시트를 실은 작은 트럭이 왔다. 어떻게 알았는지 구름떼처럼 사람들이 몰려 왔다. 그러나 그들은 달랑 6개만 내려놓고 계속 사진만 찍었다. 다음날 아침 우울한 소식을 들었다. 어느 마을에 구호물자가 도착하였는데 모두에게 돌아가지를 않았다. 결국엔 몸싸움까지 하였고 경찰이 와서야 진정되었단다. 그들을 어찌 나무라겠는가. 고루 분배되어지 않는 전달 방법이 문제인데….
1월 25일
새벽 4시30분. 6.0 강도의 지진은 다시 모두의 새벽잠을 깨웠다. 13일 이후 딱 하루를 제외한 나머지는 짐승들의 혼란한 울음소리가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지진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오늘은 모두에게 시트와 담요, 그리고 그나마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비닐을 줄 수가 있었다.
24일 우리는 눈을 의심했다. 엄청나게 긴 콘테이너 트럭이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을 싣고 들어왔다. 구름떼 처럼 모여든 주민들에게 일단 모든 것을 창고로 옮겨 줄 것을 청하고 솔직하게 말했다. 회의를 해야 하니 하루만 참아주면 내일 분배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갔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하느님께 감사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하느님의 존재를 묻는다.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느냐고, 그러나 그 뒤의 큰 사랑을 알기에는 우리가 너무도 어리고 약한 본성의 소유자다.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을 주기 위해서였구나 하고. 그때까지 이들을 위한 많은 이들의 기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건강과 추위, 그리고 다가오는 우기에는 어떤 상황이 될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또 이 지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전혀 알 수가 없다.
※성금지원계좌=은행 이름: Wells Fargo 계좌 번호: 0439 729914 예금주명: EunHee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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