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주교회의 의장에 선출된 마산교구장 박정일 주교는 본당을 사목방문할 때마다 본당 신자들에게 당부한 이야기들을 컴퓨터 안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그 본당을 방문할 때 전에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찾아본다. 당연히 해당 본당 신자들은 주교님의 빼어난 기억력과 세심한 배려에 감탄한다. 높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박주교님의 컴퓨터와 정보화에 대한 마인드는 남다르다.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초기, 1992년에 컴퓨터를 손에 익히기 시작한 박주교님은 이듬해에는 PC통신에 입문했고, 이어서 인터넷도 활용하기 시작했다.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각종 경품 타기 퀴즈에도 응모할 만큼 감각이 젊다.
연전에 컴퓨터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한 개그맨이 컴퓨터 전문 서적을 펴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적이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나오는 컴퓨터 전문, 활용서적들 틈바구니에서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만큼 한다』라는 제목의 이 책은 저자가 지닌 유명세를 업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컴퓨터가 소수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배우기도 어렵고 쓰기도 어렵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컴퓨터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처럼 생필품의 하나가 됐고, 여기에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가 대중화됐다. 물론 위의 그 책이 주장하듯 컴맹이 일주일이라는 시간으로 컴퓨터를 충분히 활용할 수는 없다. 24시간 내내 밥도 안 먹고 컴퓨터를 만진다고 해도 컴퓨터가 지닌 엄청난 잠재력을 십분 활용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컴퓨터를 활용하면 종전의 일을 더 쉽게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정보화 마인드」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처럼 기존의 업무 처리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문명의 이기가 얼마나 많은 편리를 제공할 수 있는가를 깨닫는 것이 바로 정보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교회 전산화에 있어서도 이는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교회 안에서 대부분의 의사 결정권을 지닌 성직자나 수도자가 얼마나 정보화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교회 정보화의 진척도는 다르게 나타난다. 교회 내 전산 전문가들은 교회 정보화의 최대 난제를 엄청난 초기 투자 예산 확보와 교회 내 전문가의 발굴과 확보, 양성에서 찾는다. 하지만 이에 앞서 오히려 더 많은 변수를 기본적인 인식의 문제, 즉 사목자들의 인식의 전환을 꼽곤 한다.
물론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나름대로 전산화, 정보화 사업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또 이 과정에서 과거에 비해 정보화를 향한 자세와 인식의 변화가 상당히 수반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각 본당의 정보화 기기 활용 정도는 본당 사목자의 관심 여하에 달려 있음이 여러 군데서 확인된다. 사목자가 컴퓨터와 PC통신, 인터넷 활용에 관심을 가지면 본당 단체들이 동호회를 구성해 활동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의 개설이 잦아진다. 서울 대교구의 경우 인터넷 굿뉴스 안에 마련된 각 본당 게시판을 보면 본당 신부의 관심도에 따라 어떤 본당은 게시판 자료가 3000여개에 달하는가 하면 어떤 본당은 채 300개도 안되는 극심한 격차를 보인다. 여기에는 본당 신부가 얼마나 관심을 보이는가가 가장 큰 관건이다.
전산화, 정보화 초기 단계는 이미 지난 듯하다. 적어도 내년이면 각 교구의 전산화 작업은 절반 이상 진척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를 벗어난 지금 단계에서도 전체 교회 구성원들의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과제는 정보사회의 도래를 예상하고 그에 준하는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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