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한 인간의 의문은 본질적이다. 우리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그것으로 우리는 끝나는 것일까에서부터 『부활 체험이 우리에게 되풀이될 수 있을까. 죽음 이후의 삶이 존재한다면 이 세상의 삶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인들에게 죽음은 그 후 다가올 부활로 인해 희망적이고 기쁨에 넘치는 것으로 제시될테지만 실존적 인간에게 때때로 닥쳐오는 의문과 고뇌를 떨칠 수는 없다. 「죽음」의 문제에 대해 신학자와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한 방법론과 위로에 그치지 않고 죽음 자체의 의미를 묵상하도록 이끄는 책을 만나보자.
「인간의 죽음」(퀴블러로스 지음, 성염 옮김, 분도)에서 20년간 임종환자를 돌보아온 저자는 죽음을 맞는 인간의 심리를 분석, 체계화한 뒤 인간의 임종을 다섯 단계로 나눈다. 처음에 인간은 자기가 죽으리라는 사실을 철저히 「부정」하고, 자신의 운명과 주위 사람들에 대해 「분노」한다. 잠시 초인적인 능력이나 신과 「타협」하는 인간은 「우울」의 단계를 거쳐 죽음을 진실하게 받아들이는 「순응」에 이른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공리에 대해 우리의 무의식층에서 일어나는 「나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 본능적인 신념을 보다 진실하게 대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국종교학회가 1년여의 세미나를 거치면서 그 내용을 모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는 여러 종교의 죽음관을 고찰한 책. 머리말에서 김승혜(서강대 종교학과)수녀는 『죽음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종교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다』며 『따라서 각기의 종교전통이 죽음에 대해 어떤 해석을 하고 있는가를 고찰하는 일은 삶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을 확인하는 하나의 지름길이 된다』고 말한다.
정양모 신부가 「죽어도 임과 함께 살아도 임과 함께」라는 제목으로 가톨릭의 죽음관을 고찰한 글을 실었다. 「죽음, 가장 큰 선물」(홍성사)은 우리에게 친숙한 예수회 헨리 나웬 신부가 말하는 죽음관이 담겨 있다. 교통사고로 죽음의 고비를 넘긴 나웬 신부는 『죽음은 인류를 하나로 결속하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그의 영성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죽으리라는 사실에 의연해지며 죽음에 처한 이웃들을 잘 돌보는 길로 자연스럽게 인도된다.
일찍이 임종자들에 대한 체험기 「삶의 끝에 서서」(빛두레)를 펴낸 스즈키 히데코 수녀의 죽음묵상서 「가장 아름다운 화해 이야기」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생활성서) 또한 죽음을 진지하게 맞이하는 것이 바로 구원이며 자기완성임을 일깨워준다. 히데코 수녀는 『죽은 이와 산 이의 화해의 시간』을 강조하며 「살아있다」는 기쁨에 눈뜨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생명이 있는 지금」을 오염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자기와 남을 소중히 여기며 밝고 행복하게 살도록 북돋워주고 있는 것이다.
유명한 영문학자 C.S 루이스가 사랑하는 부인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을 묵상하며 정리한 「헤아려본 슬픔」(성바오로), 성서학자 게르하르트 로핑크의 「죽음이 마지막 말은 아니다」(성바오로) 역시 죽음이 생명의 단절이 아닌 생명의 한 단계임을 역설하고 있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