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한 시심과 결 고운 서정으로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어온 이해인 수녀의 신작 시집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와 신작 기도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가 최근 출간됐다. 1989년 출간된 「시간의 얼굴」 이후 10년만에 나온 시집. 시인은 자유로운 영혼과 기도가 아름답게 균형을 이룬 깊고 풍요로운 시 세계를 보여준다.
신작 시집의 표제시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에서 시인은 자신의 시가 지은 아담하고 정갈한 집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 집은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외딴 마을의 빈집이다. 그 집에서 시인은 『음, 마음에 드는데…』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문을 열고 들어설 주인과 그 누군가를 기다린다. 이밖에 시인은 봄 햇살, 구름, 봄까치꽃, 꽃샘바람, 버섯 등등 빈집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모든 것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정겨운 손길로 어루만져 준다. 50여편의 시로 더없이 아름다워진 이 시집을 일러 피천득 선생은 『눈꽃처럼 희고 맑고 깨끗하다』 고 말했다. 김용택 시인은 편지를 통해 『이해인 수녀의 시는 곧 깨끗한 우리들의 사랑이 된다』며 감사의 마음을 바치고 있다.
기도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에는 어머니의 기도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아이들이 어머니의 기도를 먹고 자라듯, 어머니가 진정을 담아 올리는 건강과 사랑, 눈물과 안식의 기도가 담겨있다. 시인은 우리가 제대로 나눠 받지 못하는 어머니의 기도를 우리에게 나눠주고 대신해준다. 시인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기도의 대상이기도 하다. 상처받은 이들의 어둡고 아프고 슬픈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생활해온 노(老)수녀의 죽음을 보며, 예수의 존재를 다그쳐 묻는 이들을 보며 시인은 끊임없이 기도하고 그들의 마음에 가 닿으려 애쓴다. 정호승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 우리는 울고 싶을 때 더이상 울지 않아도 된다. 해인 수녀가 정성껏 기도를 통해 우리를 위해 다 울었으므로. 이제 우리는 배가 고플 때 더이상 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 해인 수녀의 기도의 밥과 국을 먹고 더이상 배가 고프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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