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김' '시끄러움'으로 알려진 현대음악만을 전문적으로 연주해 온 바이올리니스트 이예찬(스콜라스티카)씨. 그가 1년 반의 공백을 깨고 보다 성숙된 연주가로 다시 팬들 곁에 돌아왔다.
이씨는 세계적인 현대 작곡가들의 중요 작품을 국내에 가장 많이 소개한 현대음악 전문연주가. 그는 94년 KBS에 의해 「한국의 음악가」로 선정되는 등 국내 현대 음악 연주계에 주목받는 젊은 연주가였다. 그동안 그가 국내외서 초연한 작품만도 60여편에 이를 정도. 이씨는 현존 작곡가의 작품들이 고난도의 테크닉이 많이 내재돼 있음에도 늘 연주의 질에 노력을 다해온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런 그가 모처럼 관객들 앞에 다시 섰다. 지난 10월 20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열네번째 독주회를 마련한 것. 이씨는 성공적인 연주회를 위해 4개월동안 모든 열정을 쏟으며 연주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결과는 대성공. 「로망 롤랑의 베토벤의 생애에 바침」이란 주제의 이번 독주회에서 이씨는 베토벤의 「마지막 바이올린 소나타 G 장조」를 연주해 관객들의 아낌없는 박수 갈채를 받았다. 조금은 설레고 두려운 마음으로 연주회를 준비했던 그로서는 마음에 드리웠던 어두운 장막이 활짝 걷히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발을 내딛는 뜻깊은 순간이었다.
『새로운 옷을 입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고전과 현대를 넘나든다는 게 어색했지만 음악의 순수성과 위대성을 새롭게 느끼게 됐습니다』 이씨는 공백기간 동안 위대한 작가들의 인생에 대해 심취했다. 최악의 조건에서 위대한 작품을 펴낸 작곡가들의 삶을 공감했고, 이를 자신의 음악적 색채로 승화시켜 나간 것이다.
『로망 롤랑이 쓴 「베토벤의 생애」란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베토벤의 인간으로서의 위대함을 느꼈습니다. 고통과 인내 속에서 만들어낸 그의 마지막 작품을 연주해 보고 싶었어요』
현대음악 작곡가와 연주자 모임인 미래악회 회원이기도 한 이씨는 현재 호서대에서 후학양성에 힘쏟고 있다. 이씨는 『새로운 작품 연주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과 나눔, 기쁨을 전해 주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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