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신앙과 이성의 관계(36~48항)
이 장은 신앙과 이성이 초대 교회 시대의 만남에서 출발하여 중세에 그 일치를 확인하고 현대에 이르러 점차 결별하게 된 과정을 역사적, 철학적, 신학적으로 간략히 개관한다.
교황은 우선 그리스도교와 고대 철학의 대화는 이미 바오로 사도에 의해 시작됐으며(사도 17,18 참조) 초대 교회 신자들은 고대 철학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복음 선포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골로 2,8 로마 1,19~21, 2,14~15 사도 14,16~17 참조).
교황은 이어 초대 교회의 교부들은 신앙의 진리를 철학의 범주로 옮겨 놓았을 뿐만 아니라 "신앙의 통찰력의 도움으로 위대한 고대 철학자들의 사상에 함축되어 예비적인 것으로 남아있던 모든 것을 완전히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41항)고 지적하면서, 초세기의 사례들을 제시한다.
예컨대, 교황은 오리게네스는 그리스 철학을 이용해 초기의 그리스도교 신학을 구축했고, 성 아우구스티노는 그리스와 라틴 사상을 포용해 처음으로 철학과 신학의 위대한 종합을 이루어냈다고 평가하면서, 초대교회의 교부들은 절대자를 지향하는 이성을 환영하며 계시에서 나온 풍요로움을 그것에 불어넣었다고 밝힌다.
교황은 이어 중세로 넘어와 이성의 빛이든 신앙의 빛이든 모두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므로, 이 둘 간에는 어떠한 모순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신앙과 이성의 일치를 강조한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업적의 위대성을 재확인한다.
"신앙은 이성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찾고 그것을 신뢰한다. 은총이 자연에 의존하여 그것을 완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앙은 이성에 의존하여 그것을 완성한다"(43항).
교황은 여기서 성 토마스가 신앙의 초자연적 성격을 중시하면서도 그것의 합리성이 중요함을 간과하지 않았고, 이 합리성의 깊이를 재고 그 의미를 설명할 수 있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 "신앙은 어떤 의미에서 '사고력을 활동시키기'이며 신앙의 내용에 동의한다고 해서 인간의 이성이 무효가 되거나 격하되지 않는다" (43항)고 밝힌다.
교황은 또한 성 토마스가 "그 원천이 무엇이든 간에 진리는 성령께 속한다" 는 확신 아래 지식이 지혜로 성숙하는 과정에서의 성령의 역할을 인식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이어서 교황은 근대에 들어와 신앙과 이성이 점진적이고 '치명적인 결별' (45항)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교황은 과장된 합리주의의 결과로 신앙과 분리된 철학이 등장하였고, 이에 따라 회의론적이고 불가지론적 입장에서 이성에 대한 불신이 심화 되었으며,
특히 지난 세기에는 무신론적 휴머니즘이 등장하여 정치적, 사회적 전체주의 체제 출현의 기초를 제공 하였고, 과학 연구에 있어서는 윤리적 준거틀이 결여된 실증주의가 자리를 잡게 되어 일부 과학자들은 기술 진보의 기회들을 감지하며 시장 중심적 논리의 유혹 뿐만 아니라 자연과 심지어 인간에 대한 하느님 버금가는 능력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현대 문화를 진단한다.
교황은 여기서 결국 합리주의의 위기의 결과 허무주의가 등장하게 되었고, 철학의 역할 자체가 변하여 진리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인생의 궁극적 목적과 의미를 탐구하기보다는 "공리주의적 목적의 증진을, 향락이나 권력을 지향하는 수단적 이성"(47항)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하면서, 이것은 신앙과 이성을 둘 다 약화시키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신앙이나 이성이나 "서로가 없이는 서로가 약화되기 때문이다"(48항).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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