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이 책과 함께 앞으로만 내달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이상열(바오로.54)씨는 이리저리 정신없이 내달리며 삶의 가치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데 인색해진 현대인의 모습을 조용히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바쁜 일상에 밀려버린 작고 소중한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했다.
92년 시집 「우리가 살다 힘들 때면」을 발표, 솟대문학신인상 월간 조선문학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후 산문집 「누운 사람 일어서기」로 솟대문학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상열씨. 그가 첫 수필집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것」을 펴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것」에는 우리의 삶을 차지하고 사랑, 믿음, 용기, 그리고 유머가 있다. 89년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후 신앙의 길로 이끌어준 수녀님께 감사의 시와 편지를 쓰게 된 것이 집필활동 시작. 이번 수필집은 자신을 격려해준 많은 이들에게 매달 감사의 글을 써서 묶은 책이다.
『나 자신을 비워나가는 지혜를 주심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너무 내달리기만 하면 도리어 망칠 수도 있음을 깨달았죠』
「사람과 사람…」에는 되도록 어려운 표현들은 쓰지 않았다. 이씨는 자신의 글을 하느님께 받은 사랑의 결실이라고 표현하지만 비신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종교적 표현은 뺐다.
우리의 삶은 「양파 벗기기」에 비유한다. 이번엔 행복해지겠지하며 끝없이 행복을 찾아 껍질을 벗겨가는. 사고 후 물살 거친 18년 세월을 사랑으로 건너며 징검다리 하나하나 놓아간 이야기, 「공은 바닥에 닿아야 튀어오른다」는 단순한 진리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득한 이야기들…. 겉으로는 누구보다 자유롭지 않아 보이는 이씨는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마음의 그릇들을 가득히 채워나가고 있다.
『특히 장애인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합니다. 자기 연민에 빠져 남에게 의지하고 바라는 생활태도는 결국 남아있는 것까지도 잃어버리게 할 수 있습니다』 이씨는 스스로 노력하고 부딪히는 적극적인 삶 그리고 밝은 생활태도를 강조했다.
이상열씨는 97년부터 세계구족화가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쓰다가 쓰다가 그래도 가슴에 남은 것들,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각양의 색들은 캔버스에 담긴다. 요즘엔 한국화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가을 쯤엔 전시회도 펼칠 계획. 현재 집필하고 있는 수필과 신앙시집도 곧 발간할 예정이다. 그리고 더욱 많은 이들에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머무는 따뜻한 이야기들」을, 소박한 일상에서 깨달은 사랑의 의미를, 그것이 주는 삶의 여유를 편지로 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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