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에 의해 제정된 봉헌생활의 날이다. 수도생활의 이해를 넓히고 수도성소의 축성을 활성화 하기 위해 제정된 이 날을 맞아 한국 수도회의 현황과 과제를 전망해본다.
역사와 현황
한국교회 안에서 수도회가 처음 시작된 것은 1888년 샬트르 성 바오로 수도회 진출부터이며 최초의 남자수도회는 1909년 시작된 성 베네딕도회이다. 프랑스 중국 국적을 가진 샬트르 성 바오로회 수녀들의 입국으로 시작된 한국수도회는 고아원, 의료봉사 등 사도직 활동을 시작으로 1909년 평양 황해도 제주도 등지로 본당수녀를 파견하는 등 전교활동을 펼쳤으며 교육사업도 함께했다.
이후 메리놀 수녀회가 1924년에,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25년에, 부산 성베네딕도수녀회가 31년 진출했다. 1932년에는 드디어 한국 수도회인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가 창설됐으며 이어 43년 성가소비녀회, 46년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탄생했다. 이후 60, 70년대부터 80, 90년대에 이르기까지 국제수도회와 한국 수도회 등 80여개가 넘는 여자수도회가 생겨나면서 활발한 사도직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남자수도회는 성 베네딕도회를 비롯해 1937년 프란치스꼬회(작은형제회), 50년대 예수회, 살레시오회 등 국제적인 수도회가 진출해 인쇄 출판, 교육, 사회복지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5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점차적으로 외국 수도회와 한국 수도회가 진출하고 있으며 1975년에는 한국외방선교회가 창설돼 해외선교에도 일익을 맡고 있다.
1999년 현재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세통계에 의하면 여자수도회 86개, 남자수도회 36개, 재속회 사도생활단 11개로 100여개가 넘는 수도회가 한국교회 안에서 각자 고유의 카리스마를 따라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수도자수는 유기서원자들을 포함해 1169명으로 사제가 519명, 수사가 650명이다. 여자수도자는 8491명으로 남자 수도자의 8배에 이르며 과거에 비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년도 대비로 볼 때 남녀 수도회, 재속회 모두 유기서원자와 수련자가 감소하는 추세이며 교구설립여자수도회(0.3%)와 사도생활단(12.5%)만 소폭으로 증가했다.
이들은 전교활동, 교육, 의료, 사회복지, 특수사목, 출판홍보, 해외선교 등 교회와 사회 전분야에 걸쳐 활동하고 있으며 남자의 경우는 전교, 사회복지, 교육, 특수사목 순으로 수도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여자 수도자는 전교, 사회복지, 의료, 교육 순으로 참여하고 있다.
남녀 수도자들 모두 전교활동과 사회복지 분야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선교와 가난한 이들의 우선적 선택이라는 수도자 본연의 사명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여자수도자의 경우을 보면 선교사목을 하고 있는 5623명의 수녀 가운데 2261명이 전교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도전과 과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청빈, 정결, 순명 3대 서원으로 봉헌의 삶을 살아가는 수도자들이 수덕의 삶과 함께 속으로의 파견 사명을 띠고 세속에서 하느님 구원을 위해 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공의회 이후 3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수도자들은 끊임없이 수도생활의 쇄신을 갈구하며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오늘날의 수도자들은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정보사회 안에서 수도자들이 현재에 안주하면서 변화화는 문화에 적응하지 못할 때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불리어진 수도자들은 갈등을 느끼게된다. 또한 수도자들 내적으로도 정보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개인주의, 실용주의를 추구하개돼 본질을 잃어버릴 우려가 생겨난다. 성가소비녀회 전 총원장 이완영 수녀는 수도자의 본질을 끊임없이 현대사회에 맞추어 적응해 가야하지만 시대마다 방법만 변할 뿐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수도자 스스로 신원을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하며 양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외적인 쇄신에 앞서 수도자, 수도공동체의 내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많은 한국의 수도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쇄신은 수도생활의 원천이며 그리스도께 돌아가는 것인만큼 복음을 통해 자신의 신원과 사명을 발견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기도생활과 복음삼덕의 생활에 충실해야한다.
시대변화와 함께 한국교회 안에서 수도회가 안고 있는 또 다른 과제는 교구, 본당중심의 사목체계와 관련된 문제이다. 수녀들의 경우 본당사도직을 수행함에 있어 사제, 평신도와 함께 협력자의 위치가 아니라 성직자의 보조자 역할이 강조돼 왔다. 또한 남자수도회 경우는 교회 공동체의 기초가 되고있는 본당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수도성소를 알리고 사도직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언급한 수도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수도자들의 정체성이 확립되고 교회제도와 원활하게 움직여질 때 한국교회 안에서 수도회의 역할과 위치가 신장될 것이다.
우선 수도자들이 신원을 확실시 하고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성교육이 절실히 요청된다. 지난 75년 국제수도장상연합회 세계 총장 회의에서 언급된 것처럼 현대문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수도생활에 있어 양성은 필수적이다.
이같은 양성은 수도자들의 내적인 영적심화에서부터 사도직활동까지 전분야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곧 각 수도회 카리스마의 실현이다. 한국교회 안에서 간과할 수 없는 본당사도직에 있어서도 수도자들의 역할이 보다 전문화될 수 있도록 해야하며 미래 사도직을 위해서도 전문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성교육을 담당할 수도자 양성이 시급하며 이같은 교육은 유기서원자들은 물론 종신서원자들까지 각자의 시기와 위치에 맞는 지속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마리스타 교육 수사회 지구장 한승우 수사는 중년기 수도자들의 쇄신은 자신의 내적쇄신과 함께 수도회를 이끌어가는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대부분의 종신서원자들이 수도생활과 공동생활에 위기를 느끼지 않고 봉헌의 삶을 살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한국수도회의 자리매김을 위해서는 교구와 수도회의 원활한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구의 협조와 수도회의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본당사제와 평신도 수도자들의 대화, 친교의 장이 마련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본당사목을 하다보면 수도자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기 쉬우나 수도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늘 자신의 신원을 확인하며 사목의 협력자보다는 수도자로서 인식할 수 있도록 평신도들의 의식화교육을 실시해야할 것이다. 남자수도회의 경우는 교구와 보다 원활한 협조를 이루며 본당을 통해 수도성소자들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양성위원회 김태오 신부(마리아회)는 수도성소를 알리는데 있어 교구의 협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수도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교구의 도움이 있다면 수도성소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와함께 수도회는 본연의 사명대로 예언자적인 사도직에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 안에서 아직 읽어내지 못하는 문제들을 밝히며 하느님의 시각으로 읽어 말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장상연합회 계속교육부 김현옥 수녀는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수도회가 예언자적인 공동체가 되는데 앞서야할 것이라며 예언자적인 사명을 강조했다.
오늘날 많은 수도회는 각기 카리스마에 따라 현재 하고 있는 사도직을 통해 예언자적인 삶을 증거할 수 있도록 부단한 변화와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들은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각각 수도회의 카리스마, 창설자의 정신을 바탕으로 오늘의 현실에 맞게 새롭게 재정립돼야할 것이다. 나아가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수도자의 삶을 개인적으로, 공동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수도자들의 근본적인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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