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철학의 대가인 가브리엘 마르셀의 사상을 쉽게 풀이 요약한 책이 출간됐다.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르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 반면 그와 쌍벽을 이루는 현대 사상계의 거장 가브리엘 마르셀은 우리에게 생소하다.
전 경북대 철학과 이문호교수가 최근 마르셀 사상 연구의 총결산인 「가브리엘 마르셀의 여정(旅程)의 철학(대구 효성가톨릭대 출판부)」을 펴냈다.
30년 전 마르셀의 저서 지혜의 조락을 국내 최초로 번역 출판했던 이교수는『국내에서 거의 연구되지 않은 마르셀의 사상은 경험적 요소가 많고, 비체계적이며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그의 철학을 해설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평한다.
「여정의 철학」은 총 7부로 나눠 마르셀의 기본 사상인 존재론적 요구, 감각과 경험, 현존, 희망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인간 존재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고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교수는 『마르셀의 사상은 존재를 대상화 분석화하지 않고 존재에 관여(Participation)하는 것』이라고 집약한다.
이는 현재 합리론, 분석철학 등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 존재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 가고 있지만, 우리 의식 깊이에는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는 본성이 내재돼 있다는 것으로 설명된다.
즉 존재를 알기 위해서는 거리를 없애고 그 존재와 하나됨으로써 서로 관여하고 친교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바탕에는 사랑이 전제된다. 한마디로 마르셀 사상의 핵심은 사랑이다.
이교수는 『마르셀의 사상은 철학만으로 세상의 모든 원리를 해결할 수 없고 단지 우리 앞에 직면한 문제만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여행하는 이처럼 우리는 머무를 곳 없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지만, 삶의 과정 위에 놓여진 장애물을 제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서 「여정의 철학」이 연유됐다고 한다.
한편 이교수는 「서양의 사상가들」 「불멸의 철학자들」 「사랑의 철학」 「파스칼의 변증론」 등을 출간한 바 있으며 최근 마르셀의 또다른 역작 「존재의 신비」를 번역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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