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희년을 기념할 문화유산인 2000년 한국가톨릭시선(들숨날숨/419쪽)이 발간됐다. 한국 가톨릭문인회(회장=구중서)는 신자시인을 총망라, 가톨릭 정신이 반영된 대표시와 신작시를 모은 대규모 시선집을 내놓았다.
신자시인들의 시선 발간은 89년 세계성체대회 기념문집 이래로 처음 있는 일. 당시 소설.수필집과 함께 발간된 시집 오시는 임에게 에 시인 75인의 작품이 실린 것과 비교해 볼 때 신자시인 170여명의 작품 400여편이 대거 수록된 이 시집은 새천년을 여는 방대한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시선집은 번역작업을 거쳐 외국에도 개될 계획이 어서 한국가톨릭문학을 알리는 대표적인 문집의 역할을 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2000년 한국 가톨릭시선 발간은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의 발의로 시작돼 지난 7월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져 왔으며 편집위원들이 참가범위, 발간성격 등을 놓고 여러차례 만남과 의견 조정을 거쳐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편집위원들은 발간사에서 문학은 인간생명(인생)에 근거한 가치있는 체험을 나누는 데 있고 인간의 본래적 심성과 그 안쪽의 그윽하고 맑은 생명의 빛을 날마다 되살려 비추는데 시정신이 있다고 밝힌 뒤 문학과 신앙, 신앙과 문학의 구원사적 연대성과 공동선이 그러한 데 있지 않을까하고 문학과 종교와의 관계를 모색했다.
구상, 김남조, 성찬경, 홍윤숙 등 가톨릭 원로문인에서 부터 신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문단의 중진이지만 신자의 이름으로 활동하지 않았던 시인 등 각양 각색 이름표를 가진 신자시인을 아우른 이 시선집에서는 매우 다양한 면모의 시와 시인들을 접할 수 있다.
역사적 현실의 부조리에 정면 대결하는 시인이 있는가하면 천진한 본성으로 돌아가 먼저 자 신과 화해하는 시인도 있다.
그러나 결국 이들을 하나되게 관통하는 정신은 존재의 근원에 대한 탐 구와 사랑이다.
가톨릭 시인들의 눈에는 노상 무심히 보아오던/손가락 열 개인 것도/이적(異蹟)에나 접하듯/새삼 놀라웁고/창 밖 울타리 한구석/새로 피는 개나리꽃도/부활의 시범을 보듯/사뭇 황홀 하다(구상 말씀의 실상 중에서)고 모든 존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며 궁극의 차원에 이르기 까지 한다.
발문에서 한국가톨릭문인회장 구중서 교수(수원대.문학평론가)는 천주가사, 정지용, 구상 시인 등 가톨릭 문학과 신자문인이 한국문학사의 소중한 자산임을 밝히고 맨 처음에 말씀이 있었다는 성서구절에서 말씀, 즉 언어는 하느님과 구원자, 인간 존재 자체와 동격으로 되어 있다며 언어로 작업하는 시인의 활동은 삶의 생동하는 의미와 완성의 차원을 아는데 그 넉넉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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