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던 오후,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7층의 전망좋은 카페에서 인순이(세실리아. 서울 여의도본당)씨를 만났다. 회색 빛 도시풍경 만큼이나 까만 스카프에 긴 머리를 내려뜨린 그녀는 무척 분위기 있어 보였다.
-두번째 복음성가집이 나왔더군요.
『처음 복음성가집을 냈을 때는 참 설레었어요. 그런데 두 번째라 그런지 이번에는 마치 내가 꼭 해야 할 일처럼 느껴지더군요』
-대부분 사람들이 인순이씨하면 힘있고 강한 노래, 신나고 화려한 무대분위기를 떠올리잖아요. 복음성가집이라서 그런지 조금 분위기가 다르던데요.
『복음성가를 부른다는 것, 참 어려워요. 조심스럽구요. 나이드신 신자분들은 전통적인 방법, 눈물을 한웅큼 쏟아낼 수 있는 그런 감동과 진지함을 원하시고 또 젊은이들은 젊은이들 나름대로 빠르고 강렬한 가요같은 성가를 요구하죠.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노력해서 만든 음반이라 조심스런 마음이 조금은 담겨졌겠죠』
-많은 가수들이 복음성가집은 나중에 나이도 있고 신앙도 성숙해 졌을 때 하겠다고 들 하죠. 용기가 있는 건가요? 신앙이 깊으신 건가요?
『저는 제가 가장 인기있을 때 나의 달란트를 봉헌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첫 음반은 하느님께 드리는 나의 신앙고백이었는데 이번 음반작업을 하면서 저는 나만의 체험보다는 하느님과 나의 노래를 듣는 신자들간의 가교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다리가 멋지고 유명해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러 오는 것 아니겠어요?』
성바오로 딸 수녀회가 제작한 이번 음반에서 그녀는 「주 하느님 크시도다」 「사랑의 송가」 등 복음성가 8곡과 「어느새 빛이 되어」 「찬양」 등 이필호씨 등의 새 노래 3편을 담았다. 화려함보다는 그녀 목소리의 깊이와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번 음반에서 그는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가 역사한 「나는 너의 좋은 데를 안단다」를 딸 박세인(미카엘라, 7세)양과 함께 나레이션, 첫 곡으로 수록했다.
세인이의 병치레를 계기로 첫 복음성가집을 냈던 그녀는 지난 12월1일부터 성서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각종 음악회와 녹음, 밤무대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바빠서 『실컷 잠 자는 게 소원』인 그녀는 아무리 늦어도 단 한줄이라도 성서를 쓰고 잔단다. 지금까지 4개월동안 남편 박경배(사도요한)씨와 딸이 함께 루가복음 13장까지 써 노트 한권을 거의 다 채웠다.
10월에 열릴 오페라 「카르멘」에 탈렌트 유인촌씨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그녀는 웃음 때문에 연기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자 그녀의 너무도 밝고 예쁜 웃음처럼 오락가락하던 비가 걷히고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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