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 문학상
큰 섭리에 대한 신뢰와 자기 구원의 신앙 담아
이태수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내마음의 풍란」에 실린 작품들은 『허공이 우주를 끌어안고 있듯이/ 그 무엇이 나를 떠받들고 있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허공은 적막하고 비어있지만 부드럽게 땅을 들어 올리고, 역시 비어있고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나를 깊숙이 품고 있다.
버려진 길들과 빈 집은 떠나간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이태수 시의 「적막」은 막연한 탄식이 아니고 비움을 통해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이며, 나는 물방울이 되어 돌을 뚫고 쇠를 녹이며 낮은 데로 부드럽게 흘러간다. 또는 어둠 속에서 작은 불 하나 밝혀 들고 「그」를 향해 가고자 한다.
큰 섭리에 대한 신뢰와, 인간으로 일어서서 한결같이 걸어가고자 하는 자기 구원의 신앙이 그의 시 세계에 담겨 있다.
문학은 우선 작품이어야 한다. 경건 또는 고행을 읊조리는 관념이기에 앞서 우주와 인간의 의미를 올곧게 긍정하는 지향에서 작품 세계를 성취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가톨릭문학상 심사위원회)
■ 가톨릭 아동문학상
탄탄한 구성·기품있는 환상
동화 문단의 소중한 수확
김은숙의 「숲속의 시계방」중의 일곱 편의 동화는 오늘날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결손가정을 다뤘다. 소외된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주인공인데 탄탄한 구성으로 무리가 없다. 그는 은유가 깔린 문장을 구사하여 기품있는 환상을 펼친다.
외로움은 기다림을 낳고 기다림은 기도를 낳는다. 「기다림」은 사람이 사는데 가장 중요한 주제요 생활동기의 하나이다. 기다리고 그리움을 앓고 있는 그들에게 작자는 이웃에 대한 훈훈한 정을 일깨워줌으로써 구제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길동무」는 아버지와 함께 증조할아버지·할머니의 산소를 찾는 소년이 가족사의 일원임을 의식한다는 내용으로 돋보이는 수작이다.
표제작 「숲속의 시계방」은 전편중에서 가장 환상적인 동화이다. 사람들이 시계를 제멋대로 고쳐서 쓰는 바람에 시간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숲속의 할아버지는 시간을 고쳐주려고 오랫동안 시계를 모아왔다는 것으로, 기계문명의 폐해에 대한 엄숙한 경고이며 이를 할아버지의 입을 빌려 강조하고 있다.
『내가 고친 시계는 새소리, 바람소리, 개울물 흐르는 소리를 먹은 시계다. 아기 웃는 소리, 책읽는 소리, 피아노 소리를 즐겨 듣는 시계다…. 그 시계를 찾고 있으면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 나뭇잎들의 하얀 웃음소리가 들릴 거다!』
마을 사람들이 숲속 시계방의 시계를 차고 다니자 서로 시간이 잘 맞아 어떤 약속을 해도 틀어지는 일이 없었다. 약속이 잘 지켜지니 마음도 하나가 되고 마음이 하나가 되니 무엇이든 하는 일이 잘 되었다.
환상동화의 불모지 한국동화문단으로서는 소중한 수확이기게 수상작품으로 민다.
(한국가톨릭아동문학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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