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자를 향한 성찰과 회개의 시세계를 보여온 김형영 (스테파노)씨의 여섯 번째 시집 「홀로 울게 하소서」가 출간됐다.
등단 30년을 넘긴 그는 인간의 동물적 본능과 악마주의적 요소에 천착했던 초기 시세계에서 벗어나 세 번째 시집 「다른 하늘이 열릴 때」 이후 종교적 범주의 시를 꾸준히 발표해온 바 있다.
젊은 시절, 병마와 벌인 신산한 싸움 속에서 독실한 신자가 된 그는 죽음의 공포를 초극하고 영혼의 부활을 꿈꾸는 시편을 노래했다.
죽음의 골짜기를 헤매며 얻은 종교적 참회와 고백의 시집인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 욕심을 버린 후 얻게 될 평화에 대한 믿음의 시집인 「새벽달처럼」의 연장선상에 놓인 이 시집 「홀로 울게 하소서」는 「절제와 내성의 새김질로 단련된 결정체」라 불릴 수 있는 묵상시집이다.
시집의 제1부는 지난해 「서울주보」에 연재되었던 시들. 제2부는 97년부터 월간 '야곱의 우물'과 여러 잡지에 발표된 작품 중 성서에 관련된 시를 골라 묶은 것이다.
특히 제1부에서는 전례력에 따라 매주일의 복음을 묵상하고 시인이 깨달은 말씀의 실상을 4행정도의 극도의 짧은 시로 표현했다.
「내 마음에 떨어진 말씀 한마디」에 호명되어 「목마르고 외로운 이 땅에」서 「황소울음을 울던」시인은 이제 「사람이 하는 짓 가운데서 제일 아름다운 건/죄짓고 후회하는 일」이라고 고백한다.
참회는 그의 시세계를 상투적이고 화려한 찬양시들과 구별시켜 주는 중요한 열쇠로 시인은 「씨 속에서 생명을 자라게 하는」, 세계의 질서와 삶의 비의를 품고 있는 존재인 그분을 향하여「어딘가로 희망을 걸고 떠난다」.
<열림원/124쪽/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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