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이 무릇 절정의 순간을 기다리는 계절에 사그라드는 생명을 마주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지친 정신을 일으킨다. 난소암 말기인 이윤림(베로니카.일산 백석동본당) 시인이 내놓은 첫시집의 제목은 「생일」(문학동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 모를 시집의 역설적인 제목은 슬픈가, 한줄기 희망을 넘겨주는가.
「맛없는 인생을 차려놓은 식탁에/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다//흙에서 왔으니/흙으로 돌아가리라」(「생일」 전문)
많은 시인이 자신의 아픔을 과장하거나 자랑스럽게 벌려놓지만 이윤림씨는 아픔을 과장하지 않는다. 그의 시선, 「텅빈 거울처럼 맑게 세상과 자신을 비춰보는 시선」은 그의 작품에서 처연하게 배어 나올 뿐이다. 시인의 삶에서 흐르는 아픔은 그러나 따스함으로 향한다. 「시인 주변의 약한 것들, 덧없음의 운명을 피할 수 없는 개별자들, 무너져 흐르는 육체들, 바스러져가는 사물들을 응시」한다.
물론 때론 괴로움에 독백한다. 「몸이 아프다. 나에게 시간은 얼마나 남아 있는가? 미래를 알 수 없기는 모두가 마찬가지인데 나는 왜 남은 시간을 헤아리는 불가능한 짓을 하려고 하는가? 인간은 죽음을 앞에 두고도 초월이라는 것이 어렵기만 한 것 같다. 삶의 또다른 이름-욕망. 욕망하는 인간-어리석고 가엾고 또한 사랑스럽지 않은가?」
97년 시집을 내겠다고 결심한 그 해 이씨는 난소암 판정을 받았다.
「많이 아픈」 그는 지금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마저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 다른 문턱을 넘어서는 데 따르는 고통은 사라졌다. 육체의 고통과 함께 두려움마저 사라졌을까.
『인간이 마지막 외나무다리 앞에 섰을 때/빙하 같은 공포 앞에 백약이 무효일 때를 위해/마지막 소원으로 무엇을 남겨둘 것인가/누가 묻는다면 나의 답은 이것-/흐르는 모차르트 위에 눈이 내리기를…/눈밭에 맨발로 서서/좰아베 베룸좱을 들으면/탄생의 상처가 없는 날개가/잊었던 듯 펼쳐지지 않을까/덫이었던 몸을 그대로 입은 채/승천할 수 있지 않을까/눈이 오면/하얀 환호처럼 눈이 오면/깃털마저 가볍고 따뜻하리라/죽음마저도』(「눈」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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