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반세기에 이르는 활동기간 동안 줄곧 돌 조각만을 고집해온 중견조각가 한진섭(요셉.43.분당 바오로본당)씨가 6년간의 공백을 깨고 8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구성하고 있는 작품들의 주제 또한 「인간」.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인간에 이토록 천착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가 돌을 통해 그려내는 사람은 더불어 사는 수더분한 이웃들의 초상이다. 한씨가 만들어내는 인간만큼 평균적인 인간군상을 만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오늘과 같이 인간성 상실의 시대엔…. 『마음을 열어놓을 때 이웃도, 하느님도 다가오신다는 사실을 함께 느끼고 싶습니다.』
늘 이슈를 찾고 개념을 찾는 현대미술의 홍수 가운데서 그의 작품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느낌,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고향을 다시 찾은 감상에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평화로움이 깃들여 있다.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조차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고 웃음을 터트릴 수 있게 하는 정겨움, 이는 오로지 한가지 일에 몰두함으로써 배인 노련미, 성숙미가 아니고선 답을 찾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인간의 추구로 인해 그가 도달한 세계는 호화로움 대신 질박함이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은 한국미의 전형, 이로 인해 그가 일궈내는 작품은 푸근함 그 자체가 될 수 있었다.
딱딱하고 차가운 돌덩어리 속에서 따뜻한 인간냄새를 느끼게 하는 그의 작품들에서는 형태로부터의 자유로움, 한국미술 특유의 「여유와 해학」을 쉬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작품의 포장에서부터 운반, 배치 등 거의 전 과정을 함께 한다. 『작품의 기획부터 전시장에서 거두기까지 전시 전체가 하나의 작품인 셈이지요. 「합동」과 「하나됨」이 없고선 빛이 바래는 게 전시입니다』
주위의 봉사와 희생없인 자신의 작품도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한씨,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는 단순한 열성을 뛰어넘는 「생명의 경이로움」이 발견되는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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