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에서는 도시와 더위를 떠나 느리게 사는 지혜를 「꿈을 꿀것」「기다릴 것」등 여덟가지 제시하고 있다.
일을 할 때도 놀 때도 먹을 때조차도 「빨리빨리」다. 현기증 나도록 빨리 움직이는 현대에서「느림」이란 단어는 이미 부정적인 것으로 굳어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문명의 속도감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길 권유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느림」은 도시와 더위를 떠나 쉼을 찾는 이 계절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봄직한 화두다. 프랑스 비소설부문 판매부수 1위를 차지한 책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동문선)는 「느림」이 개인의 자유를 일컫는 가치라고 밝히며 느리게 사는 지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빈둥거릴 것-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것 ▲들을 것-신뢰할만한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권태-무의미할 때까지 반복되는 것을 받아들이고 취미를 가질 것 ▲꿈을 꿀 것-자기 안에 희미하나마 기민하고 예민한 하나의 의식을 자리잡아 둘 것 ▲기다릴 것-가장 넓고 큰 가능성을 열어둘 것 ▲마음의 고향-존재의 퇴색한 부분을 간직할 것 ▲쓸 것-마음속의 진실을 형상화할 것 ▲모데라토 칸타빌레-절제보다는 절도를 가질 것.
위의 권유가 마음에 와닿았다면 문명을 떠나 「느림」의 의미를 몸소 삶으로 보여준 이들의 사상과 발자취를 만나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미국의 자연주의 작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1817~1862)와 헬렌 니어링, 스코트 니어링 부부가 바로 그들. 이들의 저서는 최근 잇따라 발간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어떤 사람이 매일 반나절을 사랑하는 마음에 가득 차서 숲 속을 산책한다면, 게으름뱅이로 낙인 찍히리라. 그러나 만약 하루종일 투기꾼으로 시간을 보내며 숲을 베어내고 땅을 평평하게 밀어 버린다면 그는 근면하고 진취적인 시민으로 평가받으리라』
소로우의 이 말 속에서 우리는 자연과 문명, 삶의 관계에 대한 그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실용성과 유용성만을 고집하는 사회에서 여가, 명상, 자연과의 조화·공존이 지닌 가치를 제시한다.「월든」과 「시민의 불복종」은 그의 사상을 담고 있는 대표 저서.
미국이 1차 대전을 치르고 대공황에 빠졌을 때 버몬트의 작은 숲 속으로 들어가 20년간 살아온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의 삶 또한 이와 비슷하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보리) 「조화로운 삶」(보리) 「스코트 니어링 자서전」(실천문학사) 등 책을 통해 문명에 저항하고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온 두 사람의 삶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깨달을 수 있다.
개인의 삶이 아닌 공동체의 삶 속에서「느림」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면 작은 티베트라고 불리는 「라다크」마을이 적격이다.「오래된 미래(녹색평론사)」는 서부 히말라야 고원에서 검소한 생활과 협동, 깊은 생태적 지혜를 통해 평화롭고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해 온 라다크 사람들의 건강하고 밝은 삶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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