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을 기준해 과학적으로 따지자면 겨울밤이 당연 길지만 열대야로 편히 잠들기 쉽지 않은 여름밤의 심리적 길이도 그에 못지 않다. 가족, 친구들과 수박 한 덩이 놓고 담소를 나누지 않는다면 대개는 텔레비전에 몇 시간이고 빠져들어 무의미하고 피곤하게 밤을 새우기 십상이다. 지루한 여름밤을 풍요롭게 채우는 한 가지 방법 제안. 책으로도 보고 영화로도 보고…. 원작과 영화의 비교 감상이다.
시나리오가 작품성 좌우
영화의 작품성은 시나리오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작품의 기본이 되는 시나리오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탄탄한 구성이 빛나는 문학작품에서 좋은 영화가 많이 탄생한 것은 당연한 이치. 훌륭한 문학작품을 접했을 때 이를 영화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감독들의 창작 욕구 때문에도 그렇다.
물론 책으로 읽는 것과 영화로 보는 것과는 여러 가지로 다르다. 어떤 것을 먼저 접했느냐에 따라, 개인 취향에 따라, 영화가 과연 원작을 영화 언어로 얼마나 잘 형상화해냈느냐에 따라 등등 갖가지 이유에서일 것. 중요한 점은 서로 다른 예술 형식으로 표현된 것을 비교해 보며 스스로 깨닫고 느낄 수 있는 심미적 재미에 있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교회 내 출판물과 비디오 사이에서도 문학을 영화화한 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
환상소설 형식 예수 수난·부활 그려
영화는 책 내용 거의 동일하게 재현
비디오 「사자와 마녀와 옷장」(베네딕도 미디어)은 이미 책으로 출간된 「나르니아 연대기」(열린) 시리즈 중 첫 권이다. C.S. 루이스는 영문화권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는 작가이자 영문학자로 이 작품에서 그는 환상소설의 형식을 빌려 예수의 수난과 부활, 선과 악의 대결, 최후의 심판과 세상의 종말 등을 그리고 있다. 그중 영국 BBC가 영화로 제작한 「사자와…」는 예수의 수난과 부활을 나르니아에서 네 아이가 펼치는 모험담에 빗댄 것으로 여기서 사자 아슬란은 바로 왕중의 왕인 예수 그리스도를 뜻한다. 이 영화는 책의 내용을 거의 동일하게 재현해내 다시 한 번 책을 읽는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나무를 심은 사람’
파멸된 자연이 생명의 땅으로 변모
소설 영화 모두 뛰어난 작품성 지녀
87년 아카데미 단편상을 수상한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나무를 심은 사람」(베네딕도)은 실은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대표작가라 할 수 있는 장 지오노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인간의 탐욕으로 파멸된 자연이 한 사람의 외롭고 성스러운 노력으로 인해 생명의 땅으로 변화하는 모습은 수만 장의 파스텔화 애니메이션으로 재창조됐다.
수년간의 작업 끝에 화가인 프레데릭 바크는 안타깝게도 시력을 잃었다고 전해진다. 원작 소설도 영화도 각자의 예술 영역에서 뛰어난 작품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을 잔잔한 감동 속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
‘봉인된 시간’
「천국의 열쇠」(바오로딸)와 「다미안 신부」(성바오로) 등도 영화로 만들어졌으나 시중에서 비디오를 쉽게 구할 수는 없다. 프랑스의 국민배우라고 불리는 제라드 드 빠르디유가 주연한 영화 「사탄의 태양 아래」는 「악마의 태양 아래서」(가톨릭출판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으나 절판된 상태다.
「안드레이 루블료프」「솔라리스」「희생」「거울」등의 명작으로 영화계의 시인으로 칭송받는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 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봉인된 시간」(분도)을 읽어보자. 영화에 대한 그의 작품론을 통해 보다 깊이 있게 예술영화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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