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예술이 각각 그 독자적인 순수 지점에서 「진실된 표현」을 할 때 서로 합일하게 됩니다』 지난 5월 신축한 대구 욱수성당의 십자가와 성모상 등 성물을 제작한 조각가 최태화(리타,52, 대구 대덕본당)씨. 그는 삭막한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 안에서 성당 곳곳의 예술작품들이 신자들에게 순수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줄 때 각 개인의 신앙표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최태화씨는 홍익대 조소과, 이탈리아 플로렌스 국립미술 아카데미아, 파엔자세라믹 국립미술학교 등을 졸업했다. 이탈리아 피렌체 국제전 조각 부문 최우수상 및 각종 조각대전에서 입상했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성물 제작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지난 93년 밀라노 산타마리아 로사리아성당의 성수대 및 각종 성물제작 요청을 받으면서부터. 『인간주의적인 것만 추구한 생활에서 공허함을 느끼던 중 십자고상을 제작하면서 내가 지고 가야할 십자가와 나를 구원 하고자 하는 예수님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뒤늦게 느낀 구원의 목마름이 무엇보다 강해서일까. 그가 제작한 십자가와 성모상은 강하게 표출된 역동감과 함께 신비감마저 흐르고 있었다. 못박힌 예수님이 펄펄 살아 숨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십자가는 죽음을 맞는 예수님의 고통스런 모습 뿐만 아니라 재림과 심판의 확고한 의지가 담긴 표정, 부활과 승천의 영광스런 모습 등 예수 신비의 역사를 복합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또 「꿇어앉은 마리아」라는 제목의 성모상은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을 가진 여느 성모상과는 달리 절대 순종을 고백하는 소녀 성모를 표현, 육중한 제단 주위에 잔잔한 생기를 일으킨다.
『예수 삶의 전부를 대변할 수 있는 십자가와 우리와 함께 기도하는 성모님을 표현하는데 최선을 다했다』는 최씨는 『성물을 보면 신자가 아니어도 예수님 구원의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씨는 『신자들은 작가가 누군지, 작품 안에 어떤 예술적 의미가 담겼는지 전혀 알 필요가 없다』며 『단지 작품을 통해 느끼는 바를 기도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힘줘 말한다.
50을 넘긴 나이라고는 느낄 수 없을 만큼 열정적인 모습으로 작품을 설명하는 최태화씨. 설명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성수대 제작에 몰두하는 그는 『자신의 능력은 미력하나마 남은 작품활동 기간은 성물제작에 임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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