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이야기를 단순하면서도 경쾌한 색채로 표현해 왔던 떼제공동체의 실바노 수사가 네 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다. 8월 25일부터 9월 8일까지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평화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옛것과 새것」이라는 주제로 총 25점의 작품들이 선보인다. 20∼40여㎝ 크기의 작은 그림들은 「성탄」「발을 씻기시는 예수님」「최후의 만찬」「그리스도의 부활」「성령강림」등 신약과 아브라함 등의 구약 이야기를 표현한 것으로 97년 제3회 개인전 이후 제작한 새로운 작품들과 함께 그 이전의 것까지 망라해 전시한다.
성서 이야기에 천착하는 실바노 수사는 『어려서부터 성서를 읽고 들으며 자란 나에게 성서는 내 믿음의 근원이며 세상을 보는 창문』이라면서 『성서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들이 사람들 에게 전해지고 또 이해하게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고 전한다. 복음의 핵심을 한 장의 그림에 담아 명료하게 전해주는 실바노 수사의 작품들은 성서 이야기에 대한 메시지 뿐만 아니라 나무, 꽃, 새 그리고 사람 등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그대로 묻어난다. 먼저 수채화로 그려놓은 다음 한 두차례 색연필로 손질하는 작업과정과 노랑, 초록, 파랑, 빨강 등 한복의 색깔을 연상케 하는 밝은 색들은 마치 어린 아이의 그림처럼 우리를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더구나 「특별한 그림 공부를 하지 않았던」실바노 수사는 자신의 그림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그림을 보는 모든 이들의 작품이 될 수 있도록 그림 속 인물의 얼굴을 눈, 코, 입 없이 형태만 그려 넣는다. 각자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스스로의 마음속에 그려 넣는 화가가 될 수 있도록. 67세의 할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작업과 함께 일주일에 3일은 수원대학교에서 불어회화를 가르치고 있는 실바노 수사는 1960년 떼제공동체에 입회했고 일본 필리핀 등을 거쳐 지난 1987년부터 서울 떼제 공동체에서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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