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각 부문에서 나름대로 그리스도교 정신에 바탕을 둔 한국 가톨릭 문화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신자 문화인들에게 있어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무엇보다 교회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모든 부분에서 그리스도교 정신을 바탕으로 그리스도교 문화가 뿌리를 내리린 서구 사회와는 달리 선교 3세기를 맞은 한국 교회가 나름대로의 독특한 그리스도교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내 문화인들의 분발에 대한 기대 뿐만 아니라 전체 교회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끊임없이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매우 아쉬움을 갖게 한다.

교회의 문화 발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 부족은 우선 교구와 본당의 문화 관련 투자가 부족하다는 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각종 재정과 예산에서 문화와 관련한 항목 자체가 없다. 선교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으며 실제로 대규모 선교운동, 가두선교 등을 통해 전과는 사뭇 다른 선교 자세를 보이고 나아가 「복음화」가 교구와 본당 활동의 중심을 이루면서 「문화의 복음화」라는 구호 역시 심심치 않게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문화를 복음화하기 위해 필요한 교회의 관심이 인적, 물적 투자로 나타나지 않으면서 문화 복음화를 위해 나름대로 자신의 영역에서 노력하고 있는 신자 문화인들은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가톨릭 미술의 확립과 정착을 위해 노력해온 가톨릭 신자 미술인들은 개인의 생활을 희생하고 사재를 털어서 희생적으로 교회 미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교회가 구체적인 관심을 보여 준 것은 비교적 최근 몇 년의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같은 미술인들의 줄기찬 노력을 통해 작금에는 나름대로 교회 미술의 중요성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인식이 자리잡고 실제로 많은 활동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여전히 문화 발전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사회복지나 선교 등 다른 부문에 비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교회의 문화에 대한 관심 부족은 교회 내에서 문화 활동을 진작시킬 인재 양성의 부재에서도 나타난다. 이는 특히 음악 부문에서 두드러진다. 본당마다 성가대가 있지만 많은 성가대가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현실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이 자신들의 생업 외에 음악을 통한 봉사에 헌신적 이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이 성가대를 비롯한 교회 음악계를 자신 있게 이끌어 나감으로써 수준 있는 교회 음악의 바탕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 지도층을 포함해 신자 대중의 교회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비록 문화의 발전은 눈에 보이지 않고 피부로 쉽게 느껴질 수 있는 물리적인 성과가 아니지만 모든 면에서의 발전의 바탕이요 원동력을 이룬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선교 3세기에 접어든 한국교회는 문화라는 무형의 재산에 대해 좀더 깊은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럽의 찬란한 문화는 그리스도교 문화의 발전과 함께 풍요롭게 꽃피웠다. 세계 어느 나라에 못지 않은 문화적 유산을 지닌 한민족의 역사 안에서 대표적인 문화 유산들은 많은 부분이 종교 문화의 소산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민족적 전통과 그리스도교 정신을 조화 시킨 아름답고 풍요로운 한국 가톨릭 문화의 발전에 교회 지도층부터 새롭게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