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다가오는 가을을 시기하듯 마지막 빛을 발하는 늦여름 햇살에 알알이 단물 머금은 청포도. 8월 21일, 모든 것을 쓸어갈 듯 퍼부어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 없이 경북 의성군 금성면 (주)두산 주류BG 포도농장 에선 올해 첫 포도 수확이 시작됐다. 이렇게 거두어들인 포도는 모두 경북 경산공장에서 미사주로 다시 태어 나게 된다. 포도주를 잘 아는 사람들은 국산 최고급 포도주로 단연 미사주를 꼽는다.
한국천주교회는 미사주로 (주)두산 주류BG에서 생산 하는 마주앙 포도주를 사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왜관 성베네딕도 수도회 등 수도원에서 생산하는 포도주와 수입 포도주를 사용하다가 지난 1977년 5월 (주)두산 주류BG와 미사주 공급에 합의, 77년 9월 로마 교황청에 견본을 보내 승인을 받은 후 현재까지 사용하는 것. 미사주는 포도에서 제조된 천연의 포도주여야 하고, 특별히 빛깔의 제한은 없지만, 원래 적색 포도주를 주로 사용했다. 16세기 이후부터는 성작 수건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돼 백포도주가 널리 쓰여지고 있다. 현재 한국 교회에서 사용하는 미사주도 70% 가량이 백포도주. 좋은 포도주를 위해선 무엇보다 포도의 질이 중요하다.
최고급 품질에 걸맞게 마주앙 미사주는 의성농장에서 사이벨종 포도를 독점관리·생산하고, 수확한 포도는 전량 미사주에만 이용해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96년까지는 경남 밀양산을 사용했다. 또 1년간 숙성기간을 거치는 일반 포도주와는 달리 미사주는 2년간 지하 저장탱크에서 숙성과정을 거친 후 전국 각 성당에 보급된다. 포도주 맛이 익어가는 2월에는 미사주 제조 감독기관인 왜관 성베네딕도 수도원의 포도주 전문가 아돌프 수사가 경산 공장에서 직접 맛을 테스트한다. 미사주의 알콜도수는 일반포도주와 비슷한 12도. 1995년에는 교회측의 요청으로 7도로 낮춰 생산 했지만 보관유지 등의 문제로 다시 12도로 생산하고 있다.
특히 포도 수확일에는 풍성한 수확을 얻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수확된 포도를 미사주용으로 봉헌하는 축복식을 행한다. 이 축복식은 지난 93년부터 해마다 포도농장 관할본당 주임신부 주례로 축복미사와 함께 마련돼 오고 있다. 「2000년도 미사주용 마주앙 포도수확 축복식」은 8월 21일 오전 11시 (주)두산 주류BG 의성포도농장 현지에서 안동교구 의성본당 조성래 주임신부 주례로 대구가톨릭대학 나기정 신부, 대구 성김대건본당 원유술 신부, 수원교구 허정연 신부 등 성직자와 신자, 재배농가 농민, (주)두산 임직원 등 8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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