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죽는 날 나 당신 위해/꽃 하나 걸어 드리고/ 나 죽는 날 나 위해 당신이/꽃 하나 걸어 주며/ 그렇게 살다 가렵니다…(중략)…내 살 수 있는 그날까지 나의 권리를 포기하며/그렇게 살다 가렵니다』(시 「이렇게 살다 가렵니다」중) 1년 6개월간의 짧은 사제의 삶을 살다 주님 곁의 영원한 사제로 떠난 한 신부의 유고집을 동기 신부 들이 엮어내 하늘로 올렸다. 90년 사제서품을 받고 서울 청담동본당 보좌로 일하다 91년 9월 5일 선종한 고(故) 고비오 신부. 그가 남긴 묵상시, 묵상, 강론들을 그간 정성껏 보관해 오던 동창 사제들은 서품 10주년인 올해 기일에 맞춰 유고집 「이렇게 살다 가렵니다」(기쁜소식/145쪽/4000원)를 발간, 그가 남기고 간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신학교 시절 시화반 활동을 하며 시인의 꿈을 지니 기도 했던 고신부는 부제서품을 앞둔 30일 피정중의 묵상을 묵상시의 형태로 또렷이 써내려갔다. 부제 시절 매일 아침의 묵상과 사제가 된 후의 강론 또한 이 유고집에 담겨 있다. 자기만의 노트에 적은 글들이 세상이 묶여져 나오게 될 줄을 그는 알고 있었을까.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미안함 속에 느낄 수 있는 그의 솔직함은 깨끗한 영혼의 눈망울 속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도록 이끈다. 이 세상의 삶이 여러 갈래이듯 죽음도 제각각 나름대 로의 의미를 남기는 법. 『고신부가 세상을 떠나던 날 못다한 그의 사제로서의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는 동기 신부들은 『그런 약속과 다짐과는 멀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솔직한 모습〔이라며 『10년이 지난 우리들의 모습 에서 때로는 잃어버렸고 퇴색한 사제직을 비오 사제를 통해 생각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비오 신부의 곁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지금 부터라도 새로운 삶을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사제들과 그의 떠남을 아쉬워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고신부의 따뜻한 위로의 말일 듯 싶은 그의 묵상시 한구절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일러주며 가슴을 울린다. 『왜 죽어야만 했나요//당신이 있는 이상/죽음도 나에겐 아무런/의미가 없어요//죽음//그것은 해방이었어요』(스물 네 번째 묵상시) 그의 유고집은 9월 4일 용인 성직자 묘지에서 봉헌된 기일미사 중 그의 무덤 앞에 봉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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