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000선비와 신부 000선아는 어느 누구의 강박도 없이 완전한 자유의사로 서로 혼인하려고 결정했습니까?
신랑을 「선비」, 신부를 「선아」로 부르는 오백진(라우렌시오.63.서울 이태원본당)씨. 그가 29년간 결혼식 주례를 선 것만도 2015쌍에 이른다.
34살 때인 1970년 친구 동생의 결혼식에 처음으로 주례를 선 오씨는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주례자가 없다며 친구가 부탁해 어쩔 수 없이 주례를 섰는데, 이렇게 많은 주례를 서게 될 줄은 몰랐다』며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용산구민회관에서 장애인 10쌍의 합동결혼식 주례(사진)를 선 오씨는 어려운 형편으로 결혼식 주례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는 이들을 돕고자 무료주례를 서 왔다. 이런 사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그에겐 좥주례박사좦라는 애칭이 붙여지기도 했다.
주례박사 오씨가 가장 아끼는 것은 높이 1.8m, 길이 26m의 「결혼 사진 병풍」. 결혼하는 새 부부와 함께 찍은 기념 사진들을 모은 이 병풍에는 지난 우리 사회 20여년간의 결혼 역사가 담겨있다. 이 병풍에는 흑백사진에서 칼라사진, 장발의 머리모양에서 말끔한 턱시도 사진까지 담겨 있어 현대 결혼의 풍속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1500여장의 사진으로 만든 이 병풍 덕분에 오씨는 「결혼사진 최다 보유자」로 기네스 북에 오르기도 했다.
『주례자는 예를 잡아주는 사람입니다. 주례자는 결혼식장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새 부부의 탄생을 축하하는 장이 되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오랜 주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오씨의 주례는 독특하다. 혼인서약서에 신랑과 신부의 사인을 받고, 신랑과 신부 아버지가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악수를 하도록 요청하기도 한다. 뛰어난 말솜씨, 자신만의 노하우로 결혼식을 매끄럽게 진행하는 오씨에게 주례 부탁은 끊이질 않는다. 대개 결혼 시즌에는 보통 하루에 3차례 주례를 선다고 한다. 점심을 차에서 해결하며 하루동안 10차례를 주례한 적도 있다. 오씨는 자신이 주례를 선 모든 신랑 신부에게 『신약성서』를 선물로 준다. 특히 고린토전서 13장 4절에서 7절까지 적힌 사랑의 구절을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한다고. 결혼이 하느님의 뜻으로 이뤄진 축복이란 걸 알아주기 바라는 뜻에서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부부에게 조그마한 힘이라도 될 수 있다면 힘닿는 한 주례를 설 계획』이라는 오백진씨는 『사료의 가치가 있는 사진들은 박물관에 기증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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