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고향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을 그린 시 「향수」로 유명한 시인 정지용(1902∼1950·프란치스코)의 시비(時碑)가 10월 말 부천시 중앙공원 인공호수 주변에 세워진다. 동요시인 목일신 시인의 동요비와 함께 2m 가량 높이로 세워지는 그의 시비는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부천시가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문학계에 끼친 정시인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우게 된 것.
1902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난 정지용 시인은 식민지 치하 박해를 피해 44년부터 3년간 부천 소사 본2동에 살며 소사 성당 초대주임을 지낸 임세빈 신부와 함께 소사 성당을 짓는 데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그는 29년 휘문고보의 교사로 재직하면서 명동 본당 청년연합회 회지「별」편집에 참가하여 장면, 박준호 등과 함께 청년운동을 주도했으며 33년 「카톨릭 청년」의 창간과 함께 편집고문을 맡아 활동 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임종」「갈리레아 바다」「승리자 김 안드레아」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35년 출간된 첫 시집 「정지용 시집」에도 자신의 신앙체험을 시화한 작품들을 수록, 가톨리시즘을 추구했던 시인 으로서 면모를 보였다.
특히 한국 현대시사의 한 봉우리로서 문학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그는「문장」지의 추천위원으로서 광복 후 한국의 대표적 시단을 이룬 청록파 시인 박목월, 조지훈 등을 탄생시켜 현대문학을 빛나게 하기도 했다.「향수」외에도 「유리창」,「호수」,「바다」,「백록담」,「장수산」등 많은 시편들이 고등학교와 대학의 문학강의시간에 읽혀지고 있으며 이번에 부천시 에 세워지는 시비를 통해 부천시민은 물론 후손들에게 정지용 시인의 시세계가 널리 알려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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