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배론성당에 들어서면 순교자들의 치명장면을 생생히 표현하는 커다란 벽화를 만나게된다. 그 벽화의 주인공 서양화가 변진의(소화데레사.역삼동본당)씨 가 순교자들의 모습을 이번엔 설치미술로 표현,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교회미술을 선보이고 있다. 10월 21일부터 28일까지 평화화랑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공간미와 현장감을 더하는 설치미술이라 이색적인데다 '십자기의 길' 을 5미터 길이의 유화로 벽면을 장식하고 있어 한층더 눈길을 끈다.
입체감을 더하기 위해 도조(陶彫)로 설치작업한 이번 작품들은 코일링기법을 이용해 1200도에서 구워낸 것들. 변씨는 머리가 잘려나간 시신, 동강난 순교자들의 얼굴을 강한 터치와 회색톤 으로 표현해 도조보다는 석조의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선조들의 모습을 망부석처럼 그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싶어서이다. 깊어가는 가을, 성지가 아닌 화랑에서 예술작품을 통해 순교성인들의 정신을 느껴볼수 있는 좋은 기회다. 순교자들의 삶을 담은 개인전을 갖고 싶었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다던 그는 지난 여름 유럽종교미술을 공부할 수 있었던 여행을 다녀온 것이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는 이번에 조금은 남다른 전시를 선보이게 됐고 매일 기도와 미사를 봉헌했기에 예술성과 신앙이 조화를 이룬 종교 미술을 신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제5회 가톨릭미술상을 수상, 「영혼의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어떤 큰 힘을 느낀다」고 평을 받았던 변씨는 이번 설치작품들을 전시 후 배론성지에 기도의 도구로 봉헌할 계획이다. 유화로 그려진 십자가의 길은 이를 필요로 하는 수도원이나 작고 가난한 성당에 기증할 생각. 올해로 10번째 개인전을 맞는 변씨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 한일작품 교류전, 한국화가 5인전 등 20여년간 수차례의 단체전을 가져왔으며 가톨릭미술가협회 창립전, 초대전 등 종교미술 작업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대부분 100호 이상의 대형작품과 간간이 설치작업을 해온 변씨는 현재 수원대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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