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기를 열며 맞는 첫 일치 기도 주간. 각 종파들은 서로간의 화합과 일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금세기 마지막 성탄절에는 축하와 화합의 분 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예수성탄대축일을 축하하 는 플래카드를 붙인데 이어, 지홍 서울 조계사 주지대행 스님은 불교주간신문인 좥불교신문좦에 예수탄생을 축하하는 칼럼을 기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톨릭신문사는 각 종파간의 일치가 새로운 세기의 화두로 부각되는 이 시점에서 대한성공회 정 철범 대주교를 만나 그동안 종교인들의 일치를 위한 노력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전망을 모색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새 천년 들어 첫 일치 기도 주간입니다. 새로운 세기는 흔히 문화, 종교의 세기라고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세계 종교인들의 대화와 협력을 다짐하는 이번 일치 기도 주간의 의미는 남다 르다고 생각됩니다. 첫 일치 기도 주간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 지난 한 세기는 전쟁으로 얼룩진 갈등의 세기였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새 천년은 지난 세기의 잘못된 역사가 종식되고 용서와 화합,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길 온 인류가 소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새 천년 첫 일치 기도 주간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일치주간을 계기로 종교인 모두가 용서, 화해, 화합을 위해 솔선수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그동안 한국에서도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있어 왔습니다. 특히 가톨릭과 개신교의 공동 번역 성서,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의 만남 등 상당한 성과도 있었습니다. 지난 세기 의 일치 노력을 간략하게 총평해주시고 현재 일치 운동이 처해 있는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 국내에서 지난 세기의 일치활동은 긍정적, 부정적 양면이 모두 있었다고 봅니다. 우선 인권, 민주화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각 종파간의 단결된 모습은 상당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아울러 가톨 릭과 개신교간의 일치운동으로 공동번역 성서 작업이 전개됐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사독재정권 시기에 정부는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이 반정부 운동 을 펼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에 반하는 기독교 연합체를 만들어 본래의 일치정신을 떠난 활동 을 전개했다는 점에서는 무척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젠 일치와 화합을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상태에 만족하고 안주한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란 힘들 것입니다.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변화의 필요 성을 절감하고 일치방법 모색을 위한 연구위원회 결성 등 대폭적인 수정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가톨릭교회 또한 일치주간을 시점으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라 생각합니다. 서로간의 대화를 통한 신뢰 구축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 그동안 성공회와 가톨릭간 일치 대화노력들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종교간 대화와 협력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야 할지 전망을 해주십시오.
▲ 최근까지 가톨릭과 성공회간에 일치를 위한 사업들이 있어왔지만 좀 더 적극적인 노력과 의지 가 있어야 합니다. 교리적인 것을 벗어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는 서로 터놓고 대화하고 협력해야 하는데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젠 종교간의 이해관계를 떠나 좁게는 우리나라를 위해 종교인들이 해야할 소명을 되짚어보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 니다. 새 천년을 맞아서도 그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 모든 종교가 문제가 되리라 봅니다.
종교의 존재 이유는 궁극적으로 인간 삶의 행복과 가치추구 더 나아가 평화구축이 목적이라 생 각합니다. 현재 한국이 처해 있는 상황을 볼 때 남북 분단이 앞으로 우리 종교인들이 풀어나가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업일 것입니다. 한 민족 형제가 나뉘어져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는 이 비극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모든 종교인들이 서로 협력하고 힘을 결집시켜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하에 공동으로 사회의 중요문제들을 두고 세미나와 모임 등을 통해 이 사회 에 빛과 소금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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