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의 나이에도 전혀 식을 줄 모르는 창작력과 젊은 감각으로 사회현실에 대한 문학적 비판을 멈추지 않아 온 작가 박완서 (엘리사벳)씨가 5년만에 신작 장편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을 내놓았다.
지난 1년간 계간지 「실천문학」에 분재한 이 소설은 자본주의의 속물성에 대한 비판과 가부장제 사회 내 여성현실의 폭로라는 이제까지의 박완서식 소설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
「아주 오래된 농담」은 자칭 재벌인 Y건업의 장남 송경호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가족들의 이기적인 행태와 돈을 둘러싼 암투, 죽음의 소외와 맞물린 탄생의 불모성에 대한 얘기다. 자본주의 속에서 사랑과 애정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생생 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돈과 결탁한 인성속에서의 권력과 눈가림, 그 속에서 태어나는 상처와 고통을 극단적이면서도 현실적 중심을 잃지 않는 작가 특유의 필체로 그려내고 있다. 작가가 말하는 '농담' 이란 허위로 가득찬 세상을 건너는 방법중의 하나며 거짓 투성이 인생을 한바탕 농담으로 웃고 덮자는 역설적 권고다.
1년 전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 『가족애를 빙자하여 진실을 은폐하려는 가족과 그것을 옹호하는 사회적 통념과의 갈등, 그러나 궁극 적으로는 자본주의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말한 작가는 소설 말미에 작가의 말을 쓰며 『뭘, 자본주의씩이나 적나라하게 그냥 돈 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는다. 또 『돈에 대해서 말한다는 게 여성의 현실에 대해 말하는 게 돼버린 것도 독자가 눈여겨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작품을 보고 작가 신경숙씨는 『정곡을 찌르는 필력으로 감춰져 있는 생의 허위의식을 적나라하게 들춰내 보일 때면 글귀신을 본 듯하여 마음이 소롯해진다』고 독후감을 밝혔다.
또 소설가 현기영씨도 책 표지의 헌사를 통해 『칠순의 나이에도 고갈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충만해진 이 영혼의 샘물,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재미와 뼈대가 함께 있는 소설을 쓰는 것이 내 소원』이라고 말하는 박완서씨는 5년만에 『아직도 소설 쓰는 고통을 즐길만한 기운이 남아 있으니 언젠가는 소원 성취할 날도 있으리라』고 말한다. 그의 창작에 대한 열정은 끝이 없나보다.
<실천문학사/323쪽/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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