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호승(프란치스꼬)씨를 만난 건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11월의 마지막 날 그의 사무실에서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로 시로 불려진 베스트셀러 시들을 발표해 온 시인이자 한 출판사를 책임지고 있는 사장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듯 소박하고 소탈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는 그에게는 시에서 보이는 고운 감성이 그대로 배어있는 듯했다.
시인 김승희씨가 말하듯 『한결 같은 마음과 한결같은 꿈과 한결같은 순수와 한결같이 정결한 자세로 28년 시작(詩作) 생활에 충실해 온』그가 그간에 발표된 주옥같은 시들을 엮어 시선집 「내가 사랑한 사람」(현대문학북스)과 어른들을 위한 동화 「모닥불」(현대문학북스)을 펴냈다.
「항아리」「연인」에 이어 1년만에 출간된 '모닥불'은 동화가 필요하지만 동화를 읽지 않는 어른들에게 소년의 마음을 잃지 않게 하고 싶어 쓴 책.
시인은 「모닥불」을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진정한 사랑에는 무엇이 숨어있는지 고통에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동화』라고 설명한다. 「고통을 참아내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의 마음을 고요하게 때로는 울컥 거리게 만드는 23편의 짧은 동화를 담고 있다.
73년 등단한 정시인은 79년 첫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이후 「서울의 예수」「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등 7권의 시집을 내며 시작 활동을 해왔다.
시작(詩作)생활 28년만에 내놓은 「내가 사랑한 사람」은 이 일곱 권 시집의 시들을 모아 발간한 최초의 시선집. 『그 동안의 시작생활의 중간결산인 셈이죠. 시선집을 통해 이후에 쓰는 작품들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내년 후반기쯤 계획하고 있는 신작 시집에는 삶의 고통의 편린들을 구체적으로 섬세하게 노래할 수 있는 시들을 써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독서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서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시인은 28년 시작생활을 돌아보며 『시인의 현실 체험과 사상에 상상력이 더해져 태어나는 것이 시(時)지만 좋은 시를 쓰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없이는 좋은 시가 나올 수 없죠』라고 말한다.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따뜻하게 가슴을 적시는 언어들로 사랑을 노래해 온 그의 시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과 맑은 꿈들이 저절로 불거져 나온 게 아니라 아름다운 시를 쓰기 위한 노력들이 배어있다는 새삼스런 진리를 느낄 수 있었다.
84년 달래 신부의 천주교회사를 읽고 순교 신앙에 대해 깊은 감동을 받은 후 신앙을 갖게 된 정시인의 시에는 그런 그의 신앙에 대한 묵상들 또한 그대로 담겨져 있다.
시선집을 내며 『나를 떠나버린 시들을 불러모아 몇 날 며칠을 어루만져보다가 다시 세상 밖으로 떠나 보낸다』고 책머리에 적고 있는 시인은 고통 없는 사랑은 없는 것이라 말했듯 시들을 떠나보낸 그가 다시 쓰게 될 신작 시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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