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실한 신앙인이자 천재화가인 미켈란젤로는 나이 60에 높이 13미터, 폭 12미터의 「최후의 심판」을 그려냈다. 시스티나 소성당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이 그림은 나체의 바다를 연상케할만큼 수많은 성인과 천사, 이름모를 영혼들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로 표현했다.
교회의 벽화로서 파격적이었던 이 그림은 완성된 후 수정하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미켈란젤로는 교황의 권고에도 타협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최후의 심판」은 18세기까지 수정되었고 새롭게 옷을 걸친 성인과 천사들의 그림은 오늘날 역대의 명작으로 남아있다.
이 그림이 뛰어난 것은 미술사적으로 남을만한 다양한 기법이 묘사된 것은 물론 미켈란젤로가 신앙과 예술혼을 불사르며 그리스도의 중심사상을 그려냈기 때문이 아닐까….
서양미술사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성화(聖畵)를 교회의 시각으로 읽고 해석한 아주 훌륭한 그림책이 하나 나왔다. 한양여대 고종희(마리아) 교수가 펴낸 「명화로 읽는 성서-성과 속을 넘나드는 화가들 (한길아트/25000원)」은 그림 안에 담겨진 성서이야기를 시대적인 배경과 미술가들의 시각으로 풀어본 책이다.
장구한 성서의 역사와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명화로 읽는 성서」는 고교수의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글과 함께 명화일 수밖에 없는 역작들의 모음이라 더욱 흥미롭다. 세계 현지 미술관에서도 들을 수 없는 고교수의 친절한 설명은 평범했던 그림이 의미있는 성화로, 신앙에 대한 재해석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종교화의 목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던 엄격한 화가부터 종교의 이름을 빌려 세속적인 표현을 꺼리지 않았던 화가들까지 성서의 내용을 다양하게 그려내고 있다. 성서의 이야기를 가장 극적인 현실로 바꾸어놓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풍속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카라바조, 세속적인 에로티시즘을 그려낸 티치아노 등 작품에 얽힌 내용은 물론 미술가들의 뒷이야기는 그림을 한층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뿐 아니라 고교수는 「알고보면 재미있는 도상이야기」를 통해 초기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착한 목자」도상의 유래 등 숨어있는 의미들을 줄줄 풀어놓는다. 그동안 교회미술사를 조명한 것이 없었기에 더욱 반가운 이 책은 고대 로마 지하묘지 프레스코화부터 20세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서양미술사의 흐름도 함께 볼 수 있다.
저자는 『그리스도교 미술이 서양미술의 주류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적인 관점에서 성화를 해석한 책들이 없다』면서 『이 책이 오늘날 문화에 대한 욕구가 큰 신자들이 교회미술을 깊이 알게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종희 교수는 이탈리아 국립 피사대학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했으며 저서로는 「성전에서 피어난 예술」이 있으며 「레지오 마리애」에 성미술 해설을 연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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