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기완성을 추구해야 한다. 사람이 생각과 의지가 바르면, 현재의 자기 모습에 불만을 느끼고, 더 완전한 모습으로 자신을 변화시켜 가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 것은 사람이 근본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더 완전한 형태로 완성시켜 가야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에게 완성된 생명을 주신 것이 아니라 완성시켜가야 하는 생명을 주셨다. 사람의 자기완성은 각자의 자유에 맡겨진 과업이다.
사람은 스스로 원하는 데로 자기자신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우리의 일생은 우리 스스로 우리자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사람은 자신의 생명을 더 높고 완전한 형태의 생명으로 완성시킬 수도 있고 더 낮고 무가치한 생명으로 추락시킬 수도 있다.
우리가 바르게 살면 살수록 우리의 생명은 고귀해 진다. 그런데 바르게 살기 위한 전제 조건은 바르게 아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이 바르면 우리의 행동도 바르게 된다. 우리가 무엇보다도 먼저 바르게 알아야 할 대상은 우리자신이다. 자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사람이 잘못 살게되는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을 알면 알수록 겸손해지고, 자신을 모르면 모를수록 교만해진다. 그러나 사람이 자기를 안다는 것 만큼 얻기 어려운 지혜도 없다. 그 것은 사람이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뿌리 깊은 교만을 자기 안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만 만큼 해롭고, 발견하기 어렵고, 제거하기 힘든 결점도 다시 없다.
인간은 자신의 유한한 지성만으로는 접근 할 수 없는 무한한 신비의 세계를 직면하고 있다. 이 신비의 세계는 무한한 지혜이신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드러내 보여 주셔야만, 인간이 볼 수 있는 세계이다. 무엇보다 인간 자신이 자신에게 온전히 알려질 수 없는 신비이다. 인간이 무엇이고, 내가 어떤 존재인지는 우리의 마음이 하느님의 지혜로 비추어 져야만 비로소 드러 난다. 그런데 교만은 하느님의 지혜가 우리의 마음을 비출 수 없게 차단한다.
하느님의 지혜는 겸손하고 단순한 영혼들 만을 비추어 준다. 교만으로 사람의 마음이 부풀어 오르면 자기자신을 실제 보다 훨씬 더 탁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서 자기 우월감을 만족시키려 하게 되고,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더 교만을 키우게 되어 자신을 타락시키게 된다.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사람에겐 은총을 거두신다. 교만한 사람은 하느님의 은총마저도 교만을 키우는 데 이용하는 데, 하느님께서 사람이 자신을 타락시키는 것을 도우실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사람에게 은총을 베푸십니다』 (베드로Ⅰ 5, 5)
교만은 우리의 마음을 밝혀주시는 하느님의 빛을 차단함으로써 우리의 마음을 어둠속에 잠기게 한다. 그러면 이 어둠속에서는 모든 진실이 은폐되고 왜곡된다. 교만으로 치명적인 병을 갖게된 사람의 정신은 상반되는 이중의 잣대로 자신과 남을 바라보게 된다. 자기가 남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하므로써 자기의 교만을 만족시키려는 목적으로만 정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자기안에서는 장점만을 보고 남에게서는 허물만을 본다. 모든 공은 자기에게 돌리고 모든 탓은 남에게 돌린다.
나는 언제나 남 위로 끌어올리고 남은 언제나 내 밑으로 끌어내린다. 자기의 태산같이 큰 결점은 티끌같이 보고 남의 티끌 같은 결점은 태산 같이 본다. 자기의 선행을 드러내고 악행은 감추면서, 남의 악행을 드러내고 선행은 감춘다.
교만은 이렇게 사람의 정신을 눈멀게 만들므로써 진실을 볼 수 없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죄인이다. 『만일 우리가 죄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진리를 저버리는 것이 됩니다』 (Ⅰ요한, 1, 8 ) 세상에는 자신이 죄인이라는 진실을 볼줄 아는 진짜 성인들과 자기가 죄인이라는 진실을 볼줄 모르는 진짜 죄인들이 있을 뿐이다.
하느님의 무한한 빛이 사람의 마음을 더밝게 비출수록 사람은 자기의 허물과 결점을 더 잘 보게되고, 그러므로써 자기는 누구보다도 못한 사람이고 누구보다도 큰 죄인 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성덕이 높아질수록 모든 사람 아래로 더깊이 자신을 낮추게 된다. 이렇게 사람이 자신을 참으로 알게되면, 자신이 무지하고 약하고 비천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은 칭찬받을 자격도 존경받을 자격도 없고, 남보다 우월할 어떤 이유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기에 아무도 지배하지 않고 아무 위에도 군림하지 않으며 모두의 종이 되서 모두를 섬길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커지고,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높아지며, 자신을 비천하게 여기면 여길수록 더 고귀해 진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너희중에 으뜸가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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