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들을 위해서 기도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죽은 이들은 이미 하느님의 심판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감히 우리의 기도가 하느님의 판결을 바꿀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연옥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은 갸륵하고도 경건한 행동으로 여기고 있으며, 실제로 초창기부터 실천을 해오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교회는 전통적으로 죽은 이들을 위해서 기도 뿐 아니라 자선과 대사와 보속까지도 대신하도록 신자들에게 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죽은 이들을 위해서 바치는 기도 중에 가장 값진 기도를 교회는 성찬례, 즉 미사성제라고 가르칩니다.
미사는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에서 실제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가 죄의 용서를 받은 것을 다시 기념하고 체험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죽은 모든 사람들이 실제로 예수님과 함께 죽고, 예수님과 함께 부활하여 죄의 사함을 받고 영원한 나라에서 생명의 잔치에 참여하게 되는 것을 바라는 기도로서는 가장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트리엔트 공의회는 이런 미사를 『그리스도 안에서 죽었지만 아직 완전히 정화되지 못한』영혼들을 위한 미사라고 정의하면서 열심히 바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미사 다음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대사입니다. 대사는 살아있는 신자들이 다른 살아있는 신자들이나 죽은 신자들을 위해서 그들이 처러야 할 잠벌을 사함받도록 교회가 정한 방식으로 순례와 기도와 희생을 바치는 것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죽은 이들은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도에 의지하여 구원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즉 죽은 이들은 우리의 손길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대사는 반드시 교회를 통해서만 얻을 수가 있기에 교회의 규정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다른 개인적인 기도와 희생도 역시 영혼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특히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에 없는 영혼들을 위한 기도인 연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위령성월에 바치기 좋은 기도로, 어쩌면 하느님께서 가장 반겨 들으실 기도가 아닌가 합니다. 한가지 더 부언하자면 교회는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만이 아니라 육신을 소중하게 다루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