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국 차원에서는 물론 각 교구별로 대희년을 준비하는 등 여러 사업을 펼쳤는가 하면 천주교중앙협의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사의 본기도문을 통해 『대희년에 아버지의 무한하신 사랑으로 모든 이에게 자비가 넘쳐 흐르게 하시며 아버지께서 인생의 궁극 목적이심을 모든 이가 깨달아 아버지께 나아가게』해주시기를 빌어 왔다.
그러나 대희년이 갖는 의미에 비해 신도들은 이에 못미치는 관심과 반응을 보이며, 사목자 자신도 희년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갖고 있지 못하기에 『눈 앞에 다가온 희년 준비가 과연 제대로 되어 가고 있느냐』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도 한다.
사실 성서 안팎에서 볼 수 있는 희년이 세기말을 살고 있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시대와 상황에서 기념되었고 그들의 문화, 사회적인 배경과 삶이 오늘의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는 점이 희년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희년을 잘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희년이 마음에 와닿지 않음으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희년은 노예상태에서 해방되고 이미 남의 땅이 된 선조들의 땅을 되찾는 것도 아니요, 이제 곧 전세집을 면하고 내 집을 갖게 되는 꿈이 실현되는 해도 아니다. 더욱이 최근 보도에 따르면 천만평이 넘는 농촌의 땅이 빚으로 남의 손에 넘어가고 있는데, 대희년이 되면 그 땅이 나의 손에 그저 돌아올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유토피아적인 것도 아니다.
사실 구약성서와 제2 성전 시기의 유다이즘(기원전 6세기~기원후 1세기)안에서조차 「희년」이라는 말은 모호한 개념으로 이해되었다. 희년은 개인과 그 가족들을 다시 통합시키는 해인가, 아니면 단순히 유다의 달력에 따라 기념해야 했던 하나의 행사였던가.
그리스도교 역사를 살펴볼 때 이와 같은 모호성은 교회 안에서도 반복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원래의 「희년」이 제시하고 가르치는 내용이 너무 고상해서 그 이념을 실천하기 보다는 기념하는 것으로 그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신구약 성서에서 희년 혹은 해방의 해는 속죄와 회개를 그 중심 개념으로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대희년을 준비하는 오늘의 우리는 어떻게 하면 결정적이고 유일무이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희년의 참된 의미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중재해야」 할 사목자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과 하느님을 중재하시듯이, 오늘의 사목자는 인간과 주님이 만날 수 있도록 중재해야 한다. 해방과 구원의 기쁨을 주시는 분은 바로 주님 자신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기쁨을 추구한다는 바로 그 사실로 인해 기쁨 자체를 놓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쁨이란 행복과 같은 것이어서 인간은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면 할수록 더욱 더 불행한 자신만을 느끼기 때문이다.
대희년의 중심 개념은 예수 그리스도를 새롭게 만나는 것이며, 그 만남을 통해 내가 새롭게 변화됨으로써 「새 날 새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희년으로 인한 그 모든 내적 외적 기쁨은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며, 참된 의미에서 우리는 눈을 뜨게 되고 우리를 묶고 있는 모든 사슬에서 해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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