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끊임없이 흐른다. 결코 멈출 줄 모르는 시간에 몸을 맡긴 채 우리는 인생을 살아간다.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서 지나가고 사라진다. 우리에게는 지금까지 살아 온 날이 있고 앞으로 살아 갈 날이 있다. 살아 온 날은 지나가서 사라진 시간이고 살아 갈 날은 지나가서 사라질 시간이다. 살아 온 시간이든 살아 갈 시간이든 지나가서 사라지는 것이 시간의 운명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시간은 돌아 올 수 없는 과거로 사라지면서 끝난다. 이렇게 한 번 지나가면 영원히 과거속에 묻혀 버리는 것이 시간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살아 가는 시간은 시간의 한계 안에서는 무의미하고 허무할 수 밖에 없다. 시간은 영원을 위해서 존재한다. 영원 안에서만 비로소 시간은 의미있는 것이 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모든 시간의 끝에 있을 최후의 심판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오늘 복음에 소개되는 최후의 심판에 대한 말씀은 언제나 우리가 살아온 인생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성찰하게 한다. 덧 없이 지나가는 인생, 그것도 두 번 다시 되풀이 될 수 없는 인생을 산 결과가 영원 속에서 얼마나 위대하고 심각한 결과로 끝없이 남게 되는 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수님께서 묘사하시는 심판 장면을 생각할 때마다 잊어서는 안될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이 최후의 심판 장면에서는 우리 자신이 방관자가 아니라 그 심판의 현장에서 심판받는 당사자들이라는 사실이다.
최후의 심판에서 심판하시는 분은 「영광을 떨치며 모든 천사들을 거느리고 와서 영광스러운 왕좌에 앉으신」예수님 자신이시다. 심판받는 사람들은 우리 자신을 포함해서 세상창조 이래 최후의 심판 때까지 세상에서 살았던 모든 사람이다. 최후의 심판을 위해서 영광스럽게 재림하신 예수님 앞에 모든 사람들이 부활한 육체와 결합한 영혼을 가지고 모이게 된다. 이 때 예수님께서는 의인들과 죄인들을 서로 갈라 놓아 각각 오른편과 왼편에 자리잡게 한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완전한 정의가 원하는 데로 최후의 심판을 행하신다. 오른편에 있는 의인들은 『너희는 내 아버지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니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해서 준비한 이 나라를 차지하여라』 라는 축복의 말씀을 들으며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들어간다』
반면에 왼편에 있는 죄인들은 좬이 저주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의 졸도들을 가두려고 준비한 영원한 불속으로 들어가라.』 라는 준엄한 단죄를 받으며 『영원히 벌받는 곳으로 쫓겨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지나가는 모든 시간은 끝나고 영원만이 끝없이 계속된다.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의 나라」에서 하느님의 완전한 행복을 끝없이 누리게 된다. 반면에 죄인들은 「영원한 불속에서」형용할 수 없는 절망과 비탄과 고통만을 끝없이 겪게 된다.
덧없이 지나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지만 세상에서 행하는 우리의 행동 하나 하나는 이렇게 영원한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기에 세상에서 시간은 지나가서 사라지지만 그 속에서 행한 우리의 업적이 각자의 영원한 운명을 만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영원한 행복과 영원한 불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안다면, 사람은 아무리 큰 쾌락이 따른다 해도 결코 죄를 지을 수가 없고 아무리 큰 어려움이 따른다 해도 기꺼이 선을 행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영원한 운명을 결정하는 심판의 기준은 사랑이다. 사람은 사랑하는 존재로 창조되었고 따라서 사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본래 창조된 대로 사랑을 가지고 사랑에서 나오는 행동만을 하라고 명령하셨다. 하느님께서 사람들에게 주신 모든 계명은 한 마디로 『사랑하라』는 명령이다. 사랑에서 나오는 행동은 선행이 되고 사랑을 거역하는 행동은 죄가 된다. 사람은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사랑은 항상 남의 행복을 원하고 남의 행복을 위해서 행동하게 한다. 사랑은 받기를 바라지 않으면서 주고, 주는 기쁨 이외의 다른 기쁨을 찾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베푸는 사랑은 보상을 바라지 않고 조건없이 주는 사랑의 전형이다.
사랑이 부패하면 이기주의가 된다.
사람의 마음이 이기주의로 채워지면 자기자신 외에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게 된다. 이기주의는 사람을 명예에 집착하게 하고 재물의 소유에 집착하게 하며 육체의 감각적 쾌락에 집착하게 한다. 그래서 이기주의는 사람을 교만한 사람으로,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쾌락주의자로 타락시킨다. 이렇게 해서 이기주의자는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불행에는 전혀 무관심한 채 자기의 이기적인 만족만을 추구하는 냉혹한 사람이 된다.
인생을 사랑으로 산 사람은 하느님께 영원한 축복을 받게 되고, 인생을 이기주의로 산 사람은 하느님께 영원히 단죄받게 된다. 좬누구든지 자신의 이익을 구하지 말고 남의 이익을 도모해야 합니다좭 (고린토Ⅰ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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