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림의 첫 날이고, 11월 위령성월의 마지막 주일이기 때문에 희망에 대해 생각을 해봅니다. 전통적으로 믿음, 희망 그리고 사랑은 향주삼덕(向主三德)이라고 하여 하느님께 대한 가장 중요한 인간의 자세로 교회가 가르쳐 왔습니다. 희망은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무엇을 희망한다고 말을 할 때에는 그 무엇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기에 그런 말을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희망이란 기본적으로 한번도 체험한 적도 없고, 그것이 이루어지리라는 객관적인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믿는 믿음입니다. 그리스도교의 희망을 가톨릭 교회교리서에서는 바로 새 하늘과 새 땅이 도래하기를 바라는 희망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1042~1050항). 살아있는 신자들 중에는 누구도 하느님 나라를 본 사람이 없고, 하느님의 얼굴을 본 적도 없지만, 그분과 함께 장차 다가올 새 하늘과 새 땅에 기대를 걸고 사는 것입니다. 이 새 하늘과 새 땅의 특성은 일치입니다. 즉 인간이 하느님과 일치하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일치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교리서에서는 이 희망을 선물로 주시는 주님인 성령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1817항). 히브리서 10장 23절과 디도서 3장 6~7절을 인용하면서 성령께서 그리스도인들의 희망의 근거가 되시고 원리가 되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성령께서 부어주시는 여러 은사 중에 하나가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완전하게 하느님과 일치하려는 이 희망이 천국에서 완성되게 이루어지겠지만, 이 세상에서 미리 참여할 수 있음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미 하늘나라에서 이루어질 일치를 성사적으로 또한 실제적으로 구현하는 표지입니다.
교회 안에 있는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와 우리 사이의 일치를 이루며, 같은 빵을 나누어 먹은 모든 신자 사이의 일치를 성사적으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신자들 사이에 이루는 형제애적인 나눔은 실제적으로 일치의 원리를 구현하는 것으로 사랑의 실천인 것입니다. 이처럼 희망은 일치를 지향하는 원리이고, 믿음의 근간이며 형제애를 실천하는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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