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 일본 교토대학 입학, 66세 번지점프, 백두산 도보정복, 71세 자전거 무전여행 시작…. 이력만 봐도 뭔가 심상치 않은 김덕자(안젤라) 할머니. 배낭 하나에 갈아입을 옷 두 벌, 전국 지도, 건빵, 물 한 통, 「2000년대 김삿갓 자전거로 전국을 달린다」라는 깃발이 꽂힌 자전거 한 대가 고희를 넘긴 나이에 자전거로 성지순례를 시작한 김할머니의 전 재산이다.
『칠십 평생 하느님을 모르고 살아온 것이 죄스러워 전국을 순례하며 앞으로 남은 생애동안 하느님을 위해 무엇을 봉사할 수 있을지 찾아보고자 여행을 시작 했습니다』늘 마음속으로는 신앙에 대한 갈망을 느끼고 있었지만 사정이 어려워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다는 할머니는 지난 4월 큰아들이 있는 중국에서 세례를 받았다. 그가 자전거 순례를 시작한 또 한가지 이유는 급작스런 마비로 하루아침에 걸을 수 없게된 다리가 회복된 데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고.
8월 9일 경남 창원을 출발, 동해를 돌아 일주일만에 통일 전망대에 도착한 김할머니는 서울로 올라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서해 일주를 시작했다. 평소 선교사 입국 통로이자 역사지인 강화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할머니는 순교지 갑곶돈대를 돌아보고 인천 가톨릭대학교를 방문했다. 굽이굽이 곡절 많은 할머니의 인생 또한 그가 순례하는 길과 흡사하다.
스물 여덟 나이에 남편을 잃고 어린 두 아들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낮에는 고등학교 일어교사로, 밤에는 막노동부터 안 해 본 일 없이 닥치는 대로 일하며 어렵게 살았던 할머니는 아들 둘을 모두 출가시킨 후 홀로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할머니의 나이 쉰 여섯의 일. 평생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던 그는 연고도 없는 일본 땅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일어 교사 경력으로 외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어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게 된 할머니는 90년 61세의 나이로 교토대학 일어 일문학과에 입학했고 학업을 마친 후 2년간 연극 영화학까지 공부했다.
『나이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죠』라고 말하는 할머니는 대학 졸업 후 일본어 교사활동 외에도 간병인 교육이수, 정신지체 장애학교 교사 등 한순간도 쉬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또한 다리 건강을 회복한 후 견문을 넓히기 위해 세계 20여 개국을 돌아보기도 했다. 두 달 여간의 여행 중 노숙을 경험하기도 했다는 할머니는 『힘든 길을 걸을 때는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신 길을 생각하며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해를 일주하고 남해로 도는 순례를 마친 후 본당에서 단체활동을 하며 사회복지와 교육분야에서 봉사할 계획이다. 『육지에서 배를 띄웠으니 항해는 계속해야하지 않겠어요?』라며 김할머니는 다시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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